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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몬 Jul 25. 2024

학교폭력 : 왕따

집단따돌림 

오후 12시, 오후 13시 보호자 동석

학교폭력 조사관 방문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 문자를 남기다보니 마음이 참 안좋다. 공동체엔 당연히 갈등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서로 상처받지 않으면 좋겠다. 


점점 교사의 역량의 범위는 강제로 축소된다. 

하지만 이또한 학생과 교사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임이 씁쓸하다.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점에 나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여학생으로만 이루어진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맡은 적이 있었다. 

3월 중순 쯤, 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다짜고짜 교장실로 찾아가셔서 내 욕을 한바가지 하고, 교장선생님에게도 한참을 따지고, 학년부장님과 나는 교장실로 소환되었다. (불려갔다기보다 갑자기 소환됨에 가까웠다.^^...)


우리 교장선생님은 강단이 있는 분이셔서 매우 다행이었다. 아직 신규에 가까운 20대나이였는데, 때때로 몇몇 학교에서 학부모 민원을 두려워하시는 관리자분들은 무조건 교사를 탓하면서 사건이 종결되고 교사는 큰 상처를 받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아마 나와 학년부장님을 부를 때, 학부모님은 우리가 크게 면박을 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듯 하다. 


"어머니, 여기 두분 불러왔고 두분 다 지금 각자의 업무 중이신데 부른 것입니다. 얼굴 뵈었으니 누가 담임선생님인지 학년부장님인지 확인하셨을겁니다. 앞으로는 담임선생님부터 만나뵙고 얘기를 나누시고, 거기서 어려움이 생기면 학년부장님과 그리고 그 다음에 교장실로 오시지요. 이렇게 갑자기 교장실로 찾아와서 학교의 업무를 방해하시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학생에 대한 어려움은 다시 한번 이 두분 선생님께 얘기하시는 걸로 하고 저는 다른 말 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합니다. 이만 올라가실까요?"


어머니는 벙찐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학년부장님과 나를 따라서 교무실로 오셔서 학생이 지금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에 대해 토로하셨다. 


당황스러웠고, 교장선생님께는 죄송하고 감사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시니 학생에게조차 원망스러운 마음이 비집고 올라왔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반을 살펴보기로 했다. 물론 그전에도 나름대로 학생상담을 하는 중이었지만 아마 그 학생이나 혹은 어머니는 많이 답답하셨던 듯 하다. 


우선 여러 학생들에게 이 학생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6학년때까지는 오히려 이 친구가 대장에 가까운 역할을 했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거꾸로 학교폭력 가해자에 가까웠다. 자기와 같은 그룹에 있음에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사과를 요구하고 몰아붙였는데, 어떤 때는 빙판에 1시간 이상 무릎꿇게 하고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강압적인 태도가 반복되니 겨울방학을 거치고 입학하는 중학교가 조금은 흩어지면서 중학교에 올라온 친구들끼리 이제는 이 친구를 거꾸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했던 부분에 대한 복수에 가까웠다. 


본인과 대화를 해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똑똑한 친구였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반성한다고 이야기했고, 엄마가 찾아와서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우선은 학급 친구들 중심으로 이 학생에 대한 비호감을 낮춰야 했다. 소문이 돌아서 이미 학년 전체에서 이 친구를 피해다니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은 장점과 단점이 있고, 어떤 장점을 더 잘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왕따가 되는 학생들은 장점과 단점중 힘이 있는 누군가가 단점을 강제로 부각시키거나 혹은 본인의 사회적 스킬의 부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단점만 보여줬을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래서 그 친구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과시간, 조회시간, 종례시간에 그 친구가 잘하는 '말', '글쓰기', '공부'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칭찬하였다. 

당연히 처음에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그 친구가 '잘함'의 영역에 속하는 결과물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누적적으로 이런 것들이 쌓이니 최소한 공부에 대해서는 모둠활동 등에서 이 친구에게 말을 걸고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쌓이는 중 이 친구도 마음을 붙일 친구가 1명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학급 개인 상담을 통해 추측한 학급 학생들의 성격 중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뚜렷한', '의리가 있고 믿음직스럽고 성실한' 특성을 가진 여학생들에게 재상담을 하면서 슬쩍 현재 왕따가 된 그 여자친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떠봤다. 


그리고 그 학생들 중 가장 이 친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준 친구 1명과 왕따가 된 여자친구 나 이렇게 세명이서 집에 같이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우연히 같이 가게끔 약간의 조작이 있었다...ㅎㅎ;;

- 청소를 번호순으로 (번호가 앞뒤였다.)하면서 마지막 주번일 두명에게 시키고 나도 같이 걸어가기. 

- 둘다 공부를 잘하니 뭔가 보충 학습지를 주면서 상담하다가 나도 같이 걸어가기. 


이것을 한달 정도 해보니 두명은 생각보다 많이 친해져있었다. 

좀 더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아서 셋이서 집에가다가 분식도 사먹고..(텅장되는 소리...ㅋㅋ)

산책도 하고 기타 등등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짝꿍을 정하거나, 체험학습을 갈때 이제 둘이서 단짝이 되어서 같이 앉기 시작했다. 

그즈음 됬을 때는 학급 분위기도 딱히 누구를 왕따시키는 분위기 없이 화목하게 지내게 되는 것 같아서 학급 물총싸움을 개최했다. 내가 물벼락을 맞으면서 수치스럽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종료되었지만 서로 격의없이 별 생각하지않고 놀면서 그 친구는 1학기말쯤이 되니 반에 자연스럽게 적응해있었다. 


물론 아주 간단히 설명했지만 위에 말한 과정에서 왕따였던 여학생과 굉장히 많은 개인 상담을 했다. 

애들이 째려보는 것 같다(실제로 아닌 경우도 많았음), 애들한테 말을 붙일 수가 없다 등등... 

괴롭힌 당한 충격에 의해 위축이 많이 되있었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학급에서는 최소한 너를 보호해주겠다는 마음이 전달되도록 노력했다. 

물론 복도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면 안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일도 하긴 했다. 


- 이전에 괴롭혔던 친구들과 상담 후 자리를 마련해서 현재 왕따가 된 여학생이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함

- 서로 울고불고..의 느낌이 될 수있는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서로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종료함 

- 서로 감정에 대해 확인하고 서로에게 사과 후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과 확언서를 받음. 

(그런데 요즘은 이런거 막 받으면 안됩니다 쌤들... 슬픔...)

- 확언서를 받았는데도 양아치(?)..스럽게 뒤에서 괴롭히거나 그룹의 힘을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복도에서 순회지도 (내 눈치가 보여서 그냥 적당히 돌아다님..ㅎㅎ )


 

 그리고 결국은 우리 반은 하하호호 화목하게 학년에서 제일 학급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좋다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고 그때 단짝이었던 친구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다.


물론 교사의 자유역량이 발휘되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채 서류와 법과 규칙에 얽매여서 형식적인 소통으로 최소화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고, 씁쓸한 하루이자,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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