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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5,000만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공룡의 역사는 환경 적응과 진화의 대서사시입니다. 초기 공룡과 소멸 직전의 공룡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온화하게 생존 경쟁을 벌였는지를 반증합니다. 우리는 흔히 공룡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인식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시기별로 주인이 바뀌는 역동적인 권력 교체가 있었습니다. 공룡의 여명기인 트라이아스기 말, 즉 약 2억 2,000만 년 전의 화석 기록은 매우 흥미롭지만 불완전합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것은 전용각류(Prosauropods)와 코엘루로사우루스류(Coelurosaurus)라는 소형 육식공룡입니다. 하지만 전용각류는 쥐라기 초기에 돌연 자취를 감춥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공룡 종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생존 경쟁에서의 패배, 즉 인위 도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생태학적 지위의 법칙에 따라 빈자리는 곧 새로운 강자로 채워졌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하드로사우루스류나 케라톱스(각룡류) 같은 공룡들은 백악기 중엽에 등장하여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6,450만 년 전 신생대 말, 중생대의 왕자들이 사라지기 전까지 지구는 파충류의 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룡만이 유일한 주인은 아니었습니다. 지상에는 공룡과 함께 거북, 악어 등 우리에게 익숙한 파충류의 조상들이 공존했습니다. 특히 현재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스페노돈(Sphenodon)은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번성했던 훼두류의 유일한 생존 후손으로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립니다. 하늘에서는 익룡류(Pterosaurus)가 최초의 척추동물로서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들의 비행 방식은 현대의 새처럼 날갯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라이더처럼 공기의 흐름을 타는 활공 비행에 가까웠다는 점이 다릅니다. 바다 역시 거대한 파충류들의 무대였습니다. 유선형 몸매의 어룡류(Ichthyosaurus), 술통 같은 몸통에 긴 목을 가진 수장룡류(Plesiosaurus), 그리고 강력한 턱을 가진 대형 도마뱀 형태의 모사사우루스(Mosasaurus)가 바다를 호령했습니다.
이 거대 파충류들의 그늘 아래서 포유류는 고생대 말기 포유류형 파충류에서 진화하여 생쥐만 한 작은 체구로 숨죽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거인들이 사라질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도발적인 상상을 해봅시다. 만약 1억 5,000만 년 전의 대멸종이 없었다면, 지구의 문명은 누가 건설했을까요? 1982년, 과학자 D.A. 러셀과 R. 세갱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테노니코사우루스(Stenonychosaurus)라는 공룡에 주목했습니다. 캐나다 앨버타 백악기 말기 지층에서 발견된 이 소형 육식공룡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진보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면을 향해 튀어나온 두 눈은 넓은 시야와 거리감(입체시)을 확보해주었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앞발과 두 발로 걷는 보행 방식은 이들이 손을 모아 기도할 수 있는, 신앙의 발생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뇌 용적은 높은 지능의 발달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진화했다면 호모 루덴스와 유사한 뇌와 체중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들은 이 가설을 바탕으로 공룡형인(Dinosauroid)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모델링했습니다. 비록 6,000만 년이라는 시간의 단절이 최후의 공룡과 최초의 인간을 갈라놓았지만, 스테고사우루스의 존재는 진화의 방향성이 반드시 포유류에게만 열려있던 것은 아니었음을 시사합니다. 어쩌면 우주 어딘가에는 파충류에서 진화한 지적 생명체가 그들만의 문명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