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사랑
계절이 갑작스레 추워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맘때쯤 되면 생각이 늘 많아진다.
11월은 나의 생일이 있는 달. 삶의 기쁨과 동시에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괜히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과 은혜만이 묵상하는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세상의 기준과 사람들의 인정을 기준으로 자꾸만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기분이랄까.
작년부터 내내 시험공부를 하면서 시험 한 달 전부터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막상 시험 패스를 세 번 하고 또 성취감을 맛보고 나니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취감과 뿌듯함 보다는 안도감이 든다는 점이 나의 자존감 부족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험공부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심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고 보내고 싶은 여가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왜 그렇게 괴로운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인류애도 사라지고 오로지 나 중심으로만 자꾸 생각하게 된다.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인스타그램이 더 재밌게 느껴지고 말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과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한 괴리감이 너무 크다 보니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자격증 공부를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 문득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아도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이 적다고, 공부할 때에 바짝 해서 얼른 끝내라는 나보다 더 어른들이 말이 또 생각나곤 한다. 시험으로 뭔가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만 같고, 세상과 사람들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이 마음은 그저 궁핍하다.
세상의 중심이 되려고 하는 친구와 타인에게 질투심을 크게 느끼는 친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다. 전자는 하나님에게는 그 친구가 이 세상의 전부이고 중심이기에 그 사랑을 더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자 역시도 하나님 안에서 자녀로서 그 사랑을 더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안타까웠던 마음이 사실은 그 친구들의 감정이 너무도 이해가 되고 나 역시도 그런 감정을 때때로 참 많이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만이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증명할 수 있는 그 무언가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