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집이 떠오르다
런던은 어느새 겨울이 된 것 같다. 몸을 움츠리게 되고 사리게 되는 계절이다.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약불로 켜고 잘만큼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아니 그보다는 영국의 주택 시설이나 난방 문화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는 게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는 보일러 시스템이 있지만 영국에는 대부분 라디에이터 하나가 달랑 끝이다. 방 크기와 라디에이터의 기능에 따라 정말 따듯할 수도, 정말 추울 수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집은 라디에이터가 제 기능 역할을 하지 못해서 집에만 가면 너무 춥고, 어쩌다 걸린 감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참 이상하게도 예전에 살던 집 생각이 났다.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때 거의 진절머리를 내면서 나왔는데 그 이유는 같이 살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집주인과 다른 하우스 메이트로부터 마치 내가 도둑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황당하지만 때로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악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선하신 하나님의 계획 속에는 결코 그런 악은 없으며, 그런 상황 가운데 같이 마음 아파하시고 살려내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황당함은 결국 내가 환경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에서 퀼팅 재킷을 입고서 따듯했던 옛날 집이 생각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 그 집이 다른 건 몰라도 난방 시설은 참 좋았지. 이런 생각들!
그런 와중에 예전 집주인이 내가 어디서나 따듯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왔다. 본인 청바지 훔쳐갔냐며 소리치던 모습과, 그 이후에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해주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도 마음은 참 따듯한 분이셨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참 이상했다.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