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생일 주간이 지나고 써보는 생일 감사 일기. 영국에서 보내는 생일이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모두 남자친구와 교회 공동체 덕분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기뻐하고 사랑한다는 그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영상통화나 메시지가 전부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이 이유가 모두 엄마의 기도 덕분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재작년이었나, 한국에 갔을 때 영국인 친구와 우리 가족들과 같이 보낸 시간들이 있었다. 엄마가 영국인 친구에게 나 영국에 같이 있는 동안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에 엄마와 친구 앞에서 눈물이 터진 순간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였는지 그때였는지 정확한 타이밍은 기억나지 않는데 엄마가 항상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결혼을 앞두고 언젠가 나도 자녀를 낳고 육아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이 내가 내 아이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많은 선과 악이 존재하고, 하나님은 선하시지만 인간은 자유의지와 죄와 싸우며 살아간다. 이런 세상을 어떻게 내가 컨트롤할 수 있으며 내 자녀를 24시간 함께 할 수도 없는 사실이고. 우리 부모님을 통해서 자녀 양육에는 결국에 기도만의 답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배워간다.
동시에 이번 생일은 유난히 많이 기쁘기도 하고 많이 슬프기도 한 생일이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축복과 축하를 받으며 빛나는 순간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캄캄한 방에 불을 켜고 책상에 앉는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험이 나는 두려웠다. 아무리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산다고 한들, 정작 혼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은 불안과 외로움과 두려움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았는데 "제이어스-러브레터"라는 찬양 가사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하다가 찬양을 듣고 기도하다가 한참을 울고 일기를 쓰고 그렇게 금요일 밤이 지났다. 결국에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내 모습만이 "진짜"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분히 채워지고 또 채워지고 거듭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걸 느꼈다. 그 자유로움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또 사람들 앞에 섰을 때, 하나님 앞에서 만큼 진실된 모습은 아니어도 그래도 조금의 가면을 벗고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나는 완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결코 완전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더불어서 한 걸음씩 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하나님 안에서 더 온전해지기를 바라본다.
모두의 그 사랑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또 느끼고 감사하며, 더 주변을 돌아보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생일이 내가 얼마나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궁리하는 시간들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랑받고 또 사랑하기 위해 보내신 뜻을 더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하나님 곁에 머물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삶이 더욱더 풍성해지면 자연스럽게 그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