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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몬 Nov 14. 2023

생일 감사 일기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생일 주간이 지나고 써보는 생일 감사 일기. 영국에서 보내는 생일이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모두 남자친구와 교회 공동체 덕분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기뻐하고 사랑한다는 그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영상통화나 메시지가 전부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이 이유가 모두 엄마의 기도 덕분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재작년이었나, 한국에 갔을 때 영국인 친구와 우리 가족들과 같이 보낸 시간들이 있었다. 엄마가 영국인 친구에게 나 영국에 같이 있는 동안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에 엄마와 친구 앞에서 눈물이 터진 순간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였는지 그때였는지 정확한 타이밍은 기억나지 않는데 엄마가 항상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결혼을 앞두고 언젠가 나도 자녀를 낳고 육아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이 내가 내 아이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많은 선과 악이 존재하고, 하나님은 선하시지만 인간은 자유의지와 죄와 싸우며 살아간다. 이런 세상을 어떻게 내가 컨트롤할 수 있으며 내 자녀를 24시간 함께 할 수도 없는 사실이고. 우리 부모님을 통해서 자녀 양육에는 결국에 기도만의 답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배워간다.


동시에 이번 생일은 유난히 많이 기쁘기도 하고 많이 슬프기도 한 생일이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축복과 축하를 받으며 빛나는 순간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캄캄한 방에 불을 켜고 책상에 앉는다. 달도 남지 않은 시험이 나는 두려웠다. 아무리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산다고 한들, 정작 혼자 있는 자신의 모습은 불안과 외로움과 두려움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았는데 "제이어스-러브레터"라는 찬양 가사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하다가 찬양을 듣고 기도하다가 한참을 울고 일기를 쓰고 그렇게 금요일 밤이 지났다. 결국에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내 모습만이 "진짜"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분히 채워지고 또 채워지고 거듭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걸 느꼈다. 자유로움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사람들 앞에 섰을 때, 하나님 앞에서 만큼 진실된 모습은 아니어도 그래도 조금의 가면을 벗고서 나아갈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나는 완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결코 완전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더불어서 한 걸음씩 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하나님 안에서 더 온전해지기를 바라본다. 


모두의 그 사랑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또 느끼고 감사하며, 더 주변을 돌아보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생일이 내가 얼마나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궁리하는 시간들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랑받고 또 사랑하기 위해 보내신 뜻을 더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하나님 곁에 머물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삶이 더욱더 풍성해지면 자연스럽게 그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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