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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Dec 23. 2022

우리는 하나님의 기쁨

존재만으로도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에 어린 마음에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말이 있다. "교회 사람들은 교회 사람들끼리만 논다."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그 문장이 떠오르면서 엄청 고통스러웠다. 내 삶을 돌아보니 왠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나의 일주일 일과는 이렇다. 평일 매일 출퇴근을 한다. 화요일 저녁에는 리더 성경 공부 모임을 한다. 수요일 저녁에는 수요예배를 간다. 토요일에는 찬양팀 연습이 있기 때문에, 찬양팀 연습 전후로 운동과 데이트를 한다. 일요일에는 점심 전에 집을 나서서 교회에 갔다가 그룹 모임도 다 참석하고 깜깜해질 때쯤에야 집에 돌아온다. 자유 시간으로 주어진 월요일 저녁, 목요일 저녁, 금요일 저녁이 있다. 월요일 저녁과 목요일 저녁 중에 하루 정도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하루는 교회 친구를 만나고, 늦게 퇴근하는 금요일 저녁은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교회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내가 억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동안 많이 고민하고 기도했었다. 그렇게 오랜 기도 끝에 지금의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 시간들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비슷한 관심사와 삶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자연스럽게 깊이 오래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교회 사람들이 그렇다.


요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았을 때 교회 친구들 아닌 친구들은 회사 친구들과 집주인 정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 같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정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고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 질문해본다면 아닌 것 같다. 학창 시절의 경우 종교 혹은 어떠한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같은 반, 같은 과, 같은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다. 초중고 친구들은 이미 20년, 대학교 친구들도 어느덧 10년, 영국에서 만난 친구들도 어느덧 5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복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 있는가? 여전히 대답은 "No."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은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으며, 이것의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단번에 다 알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단순히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기뻐하시지 않는다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왜냐하면 나는 존재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하나님도 인격이시기에 당연히 속상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때로는 있으실 수도 있겠지만 결코 나의 생각과 판단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존중해주신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이야기로, 내가 정말 아끼고 친애하는 동생에게 최근 교회 그룹(셀) 리더 제안이 들어왔다. 같은 그룹으로서 나는 당연히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에 이야기를 했다. 기도를 하는데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룹리더를 해본 바로는 감사한 것도 정말 많고 얻는 것도 정말 많지만, 그만큼의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이 친구를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저려오면서, 부모님이 우리를 해외에 보내시고 이런 마음을 느끼실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친구의 신앙적인 자립을 위해서는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 친구가 기도하고 고민해보고 지금으로서는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어떠한 결정이든지 존중할 거라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했었고, 어떠한 결정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얼마나 기도하며 고민하고 생각했을지 그러한 수고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갈등과 결정 속에서 "답정너"처럼 답을 정해두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각자 개인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들이 다 다르고, 그 마음에 순종하느냐 하지 않느냐 역시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유 의지 안에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인 내가 감히 다른 누군가의 선택에 대해서 어쨌다 저쨌다 잘했다 잘못했다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판단하는 그런 실수를 할 때가 많이 있지만..)


우리는 정말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의 기쁨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녀들도, 믿지 않지만 언젠가는 믿기를 하나님이 끝까지 기다리시는 자녀들도 모두. 그렇기에 오늘도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나 역시도 누구보다 하나님의 큰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또다시 넉넉히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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