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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05. 2023

나의 눈물과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

"We all collect things we value."


코시국이 완화되고 3년 만에 온라인 집회가 아닌 오프라인 교회 수련회를 다녀왔다. 셀 리더와 찬양팀원으로서 의무감에 수련회를 신청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내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일주일 앞두고서는 정말 가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동체에 대한 어려운 마음이 있는 친구는 오히려 수련회를 통해서 회복되기를 기대된다고 하는데, 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어도 되나 싶었다. 가기 싫다, 기대되지 않는다라는 생각과 말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이 서슴없이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던가. 금요일 아침 일찍 수련회장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화요일 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기 시작했다. 수요일 아침에도 긴가민가 하면서 겨우 출근하긴 했는데, 오전 내내 책상에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감기 몸살 기운이 확 몰려왔다. 입맛도 없어서 점심도 먹지 않았다. 컨디션 좋지 않은 날은 왜 또 갑작스러운 업무가 몰아치는지.. 다 마무리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회사에 양해 말씀을 구하고 조퇴를 했다.


집까지 오는 버스 한 시간 반 동안 내내 자리에 앉아 굳은 채로 빨리 집에 가기만을 바랐다. 여전히 입맛은 없었지만 약을 먹기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스턴트 죽을 먹었다. 약을 먹고 겨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수련회에 가야 하는데 빨리 낫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수련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던 나의 모지람이 하나님 앞에 참 부끄럽고 죄송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랑 다 같이 약속을 잡았는데 나는 그 약속을 손꼽아 내내 기다렸는데 어떤 한 친구가 내 뒤에서 막 나랑 한 약속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하나님께 죄송하고 하나님의 그 섭섭한 마음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하나님은 이 수련회에서 나와 우리를 만나기만을 얼마나 고대하며 기다려 오셨는지 모른다는 마음을 주셨다. 그렇게 한참을 기도하다 낮 네시에 잠들어서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났더니 다행히 감기 기운은 사라졌다. 여전히 부족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들이 하나님으로 더욱 가득 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사히 수련회에 왔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미 수련회 이전부터 하나님은 나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보이시고 많은 것들을 말씀해주신 것 같았다. 단체생활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 얼마나 갚진지를 돌이켜보는 시간이었다. 수련회 일정은 새벽기도-밥-예배-기도-밥-예배-기도의 반복이었다. 첫째 날 말씀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 내 안에 살아 계시는 하나님”이다. 두 번째 날 말씀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교회의 하나 됨” 그리고 교회 안에서 용납하는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평생 교회를 다니면서 모두 처음 듣는 말씀은 아니었지만, 요즘 우리 교회와 공동체에 필요한 말씀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 같았다.




역대하 7:14 KLB

만일 내 백성이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다시 축복해 주겠다.


2 Chronicles 7:14 NIV

If my people, who are called by my name, will humble themselves and pray and seek my face and turn from their wicked ways, then I will hear from heaven, and I will forgive their sin and will heal their land.


이틀 내내 기도하는 가운데 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연초부터 이전 셀 리더 언니 대타를 시작하면서 평소에 하지 않던 셀을 위한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셀을 위해 생각하고 기도할 때마다 역대하 7장 말씀을 바탕으로 작사된 <여호와께 돌아가자> 찬양이 많이 생각이 났다. 그 마음으로 2022년은 나 자신을 위한 기도나 우리 가족과 남자친구를 위한 기도보다, 셀과 셀원들을 위한 기도를 정말 많이 하긴 했다. 수련회 첫 번째 예배 때 담임 목사님께서 하나님이 기도를 들으신다는 믿음에 대한 선포 이후의 예배가 그 모든 기도의 응답으로 다가왔다. 




시편 56:8 KLB

주는 나의 슬픔을 아십니다.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내 눈물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않았습니까?


Psalms 56:8 NIV

Record my misery; list my tears on your scroll— are they not in your record?


한 해 동안 셀을 위해서, 셀원 한 명 한 명을 위해서 흘린 눈물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다 들으시고 이미 다 응답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주셨다. 당장의 내 눈에 열매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눈물 한 방울도, 기도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 마음 그대로 하나님께서 이미 다 받으셨다는 마음을 주셨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하나님은 이토록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기도까지 다 들으시며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다 담으시는 걸까. 감사의 기도와 기도를 멈출 수 없는 마음을 함께 주셨다.




영화 오두막의 한 장면도 함께 생각이 났다. 

"SARAYU: We all collect things we value, don't we? I collect tears." (Movie Quote #29,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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