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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08. 2023

모순된 영국에서의 삶

낯설지만 오히려 솔직할 수 있는 곳


영국에서의 삶은 참 모순되다. 짧아지는 해와 더불어 세시만 돼도 금세 어두워지는 겨울을 아쉬워하면서도, 동시에 도시를 가득 채우는 성탄절 장식 불빛을 기다린다. 여전히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외노자의 현실이 종종 갑갑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이든 다른 유럽이든 여행을 다녀와서 영국 히스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집에 왔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광야 같은 삶처럼 느껴지는 이곳으로 도대체 왜 나를 보내셨는지 많이 물어봤지만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하나님의 일하심과 은혜를 경험하는 곳. 늘 낯설게만 느껴지는 곳이지만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는 곳이랄까. 그간 영국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이토록 모순된 영국에서의 이 삶을 어떻게 잘 살아왔나 돌아보면 결국에는 예배의 자리가 내 삶을 지켜내고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오늘 수요예배 갈 거야?” 코로나도 훨씬 이전에 거의 매일 연락하는 친구와 특별히 매주 수요일 오후에 나누던 카톡의 대화이다. “응 아마도?” 그렇게 우리는 매주 어차피 갈 거면서 매주 서로 확인하며 수요예배를 참석하곤 했다.


영국에서 한동안 힘들었던 건 사람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사람들을 알지 못하고 어딜 가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이 자칫하면 나의 전부로 보이기도 하고, 나의 후진 점은 숨겨진 채로 좋아 보이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진짜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한동안은 나 스스로도 늘 갈등했었다. 그래서 나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제 서야 보니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내가 보여주고 말하는 모습만으로도 새로운 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그래서 더 솔직한 예배와 찬양, 기도를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나님은 늘 나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눈물을 허락하셨다. 엉엉 울며 찬양하고 기도해도 사연 있는 사람이 되지 않고, 그냥 ‘예배 드리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기에 예배의 자리를 통해 하나님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갑자기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훌쩍 떠나온 영국.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모르고, 때론 나의 부족함이 나의 전부가 되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나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태초부터 너를 알고, 너의 그 어떤 마음도 이해하며, 연약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싶은 삶의 한 부분까지도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내어 놓기를, 그 마음에 공감하기를 원하시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요한복음 10장)

14 나는 선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을 알고 내 양도 나를 안다.

15 이것은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양들을 위해 내 생명을 버린다.

16 또 내게는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다른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을 데려와야 한다. 그 양들도 내 음성을 듣고 한 목자 아래서 한 무리가 될 것이다.


14 “I am the good shepherd; I know my sheep and my sheep know me— 15 just as the Father knows me and I know the Father—and I lay down my life for the sheep. 16I have other sheep that are not of this sheep pen. I must bring them also. They too will listen to my voice, and there shall be one flock and one sheph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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