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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13. 2023

아무것도 아닌 삶의 문제들

예수를 바라보기만 하면


취업 비자 연장의 시기가 다가왔다. BRP 만료 2달을 앞두고 있다. 사실 연장은 그리 번거롭지 않다. 변호사 통해서 서류 내고 신청하고 돈 내면 끝이다. 물론 돈 내는 게 굉장히 번거롭고 아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외국인으로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신청 서류 중에 하나는 지난 10년 간의 여행 기록을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 기록들 중에 내 마음 한편에 늘 가장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시간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대학교 졸업 후 다녀온 미국 인턴 기간이다. 대학교 때 일본 단기 선교를 제외하고 아무런 해외여행 경험 없이, 홀로 미국 인턴십을 떠나던 2014년 2월의 내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교회 분들이 밥을 사주시고 기어코 숙소에 데려다주시겠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고 동네 한인 쇼핑몰에 내렸다가, 혼자 길을 걷기가 무서워서 한참을 의자에 앉아있었던 내 모습이 여전히 훤하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무섭다고 했더니 "네가 더 무서우니까 그냥 가”라고 했던 그 친구는 지금 뉴질랜드에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나의 20대 중후반은 뒤늦은 사춘기처럼 꽤나 방황하며 돌고 돌아 이 땅 영국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순간순간 나의 소망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한 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새 성큼 와있음을 보게 된다. 뒤돌아보면 그간 하나님이 내 삶에 함께하신 것만으로도 형통한 삶이었음을 늘 고백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영국에서의 삶이,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도록 깎이고 연단되는 과정이었을 줄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전히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여러 가지 감정의 문장들이 많이 있다. 생각과 마음속에서 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종종 글로 남기기도 했다가 삭제하기도 한나. 내가 더 예수의 사람이 되기를, 더욱더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으로 가득 차기를 늘 소망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넘어지고 또 후회하고 회개하기를 반복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계속해서 경험한다.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님은 신실하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눈앞에 놓인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들 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해결사로서 하나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날마다 알면 알수록 얼마나 사랑 그 자체인지를, 얼마나 나를 향해 있으신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모 든 무거운 짐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리고 우리 믿음의 근원이시며 우리 믿음을 완전케 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장차 누릴 기쁨을 위하여 부끄러움과 십자가의 고통을 참으셨으며 지금은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히브리서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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