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바라보기만 하면
취업 비자 연장의 시기가 다가왔다. BRP 만료 2달을 앞두고 있다. 사실 연장은 그리 번거롭지 않다. 변호사 통해서 서류 내고 신청하고 돈 내면 끝이다. 물론 돈 내는 게 굉장히 번거롭고 아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외국인으로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신청 서류 중에 하나는 지난 10년 간의 여행 기록을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 기록들 중에 내 마음 한편에 늘 가장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시간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대학교 졸업 후 다녀온 미국 인턴 기간이다. 대학교 때 일본 단기 선교를 제외하고 아무런 해외여행 경험 없이, 홀로 미국 인턴십을 떠나던 2014년 2월의 내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교회 분들이 밥을 사주시고 기어코 숙소에 데려다주시겠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고 동네 한인 쇼핑몰에 내렸다가, 혼자 길을 걷기가 무서워서 한참을 의자에 앉아있었던 내 모습이 여전히 훤하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무섭다고 했더니 "네가 더 무서우니까 그냥 가”라고 했던 그 친구는 지금 뉴질랜드에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나의 20대 중후반은 뒤늦은 사춘기처럼 꽤나 방황하며 돌고 돌아 이 땅 영국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순간순간 나의 소망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한 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새 성큼 와있음을 보게 된다. 뒤돌아보면 그간 하나님이 내 삶에 함께하신 것만으로도 형통한 삶이었음을 늘 고백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영국에서의 삶이,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도록 깎이고 연단되는 과정이었을 줄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전히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여러 가지 감정의 문장들이 많이 있다. 생각과 마음속에서 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종종 글로 남기기도 했다가 삭제하기도 한나. 내가 더 예수의 사람이 되기를, 더욱더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으로 가득 차기를 늘 소망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넘어지고 또 후회하고 회개하기를 반복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계속해서 경험한다.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님은 신실하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눈앞에 놓인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들 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해결사로서 하나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날마다 알면 알수록 얼마나 사랑 그 자체인지를, 얼마나 나를 향해 있으신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모 든 무거운 짐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리고 우리 믿음의 근원이시며 우리 믿음을 완전케 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장차 누릴 기쁨을 위하여 부끄러움과 십자가의 고통을 참으셨으며 지금은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히브리서 1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