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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18. 2023

방 청소하다 든 생각

의식주와 삶의 예배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생각해 본다면 단연 의식주일 것이다. 영국에서 무려 9번의 이사를 거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이 그중 살았던 방들 중에 가장 좋다. 최상의 컨디션, 최대로 넓은 방 크기, 출퇴근 교통 최선의 위치이다. 게다가 같이 살고 있는 집주인 분은 성격이 워낙 easy going하시고, 심지어 비슷한 시험공부까지 하고 계셔서 여러모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 그간 집과 관련해서 워낙 마음고생이 많았기에 작년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두고 기도했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처음 이 집의 광고를 보고 일등으로 뷰잉하고 딱 내가 찾던 조건의 방, 하나님이 허락하신 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넓고 좋은 방이어도 하루라도 방 정리나 청소를 하지 않으면 금세 너저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인생에서 끝이 없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많고 많겠지만 그중에서 나는 요즘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비록 일인 가정이라도 집안일에 끝이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처럼 우리네 삶에서 의식주는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그것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고 있는가. 의(衣)를 위해서 유행에 따라 옷을 사고 시시때때로 빨래하는 것, 식(食)을 위해서 삼시세끼 챙겨 먹고 장을 보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것, 주(住)를 위해서 그렇게 집 사기를 열망하는 것.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공부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생명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너희 몸을 위해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생명이 음식보다 더 중요하고 몸이 옷보다 더 중요하지 않느냐?" (마태복음 6:25 KLB)




그러면 나의 믿음과 신앙 관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하나님은 나에게 의식주를 허락하신 것처럼, 값없이 주시는 사랑과 은혜로 믿음을 허락하셨다. 믿음은 분명히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거저 주어졌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믿음을 가꾸어야 할 나의 반응인 삶의 예배가 필요하다 생각된다.


한동안 나는 나의 믿음이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부르신 직장과 삶의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교회에서 맡겨진 것들도 성실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내가 하나님께 헌신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단 하루라도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어느덧 내 믿음에 먼지가 쌓이고 쌓여 너저분해지는 방처럼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느꼈다.


의식주를 그렇게 매 순간 신경 쓰는 것처럼 나의 예배와 말씀과 기도 생활을 늘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철저히 하나님 앞에 더 깨어서 온전한 시간과 마음을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즘 계속해서 돌파해야 하는 내 인생의 문제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들을 앞두고 막막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께 삶의 주권을 맡겨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가끔은 가지처럼 하나님께 붙어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랑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하나님을 가까이하면서 사랑 그 잡채인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포도나무이고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살고 내가 그 사람 안에 살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누구든지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주워다가 불에 던져 태운다. 만일 너희가 내 안에 살면서 내 말을 지키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어 내 제자라는 것을 보여 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신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내 사랑 안에서 살아라." (요한복음 15:5-9 K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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