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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20. 2023

결국 요나는 니느웨를 사랑했습니다

의무를 넘어 사랑으로


이제 한 달 정도 지난 교회 수련회.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위한 나의 눈물과 기도를 다 받으시고 응답하고 계신다고 알려주신 마음이 여전히 소중하게 남아있다. 수련회 때 다른 기도는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 하나님 마음을 더욱 알기를 소망한다는 기도를 드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연말 연초는 모두에게 바쁜 시기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로 너무 바빠서 주일에 교회 오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친구들이 대체적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신앙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다가도, 내 신앙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내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 그룹 리더를 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요나 말씀을 주셨던 게 기억이 났다. 요나가 니느웨로 가기를 거부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서 니느웨와 자신을 살렸던 그 말씀 말이다. 한창 고민하다가 그 말씀에 순종하긴 했지만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교만함에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신앙의 성장을 갈망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를 탓하는 친구들, 삶이 너무 어렵고 지쳐서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기 조차 버거운 친구들을 위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이 밀려왔다.


예배를 드리며 기도했다. 하나님 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안 그래도 부족한 내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마음으로 해야 하냐고.. 그때 하나님께서 나를 꼭 안아주시며 마음을 주셨다. 사람들이 변화하고 믿음이 자라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니 너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켜만 줄 수 있겠느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기다려주기만 할 수 있겠냐고.. 예배를 드리고 공동체를 돌아보니 늘 예배와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은혜가 되었다. 그리고 함께 예배 드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연락해주고 함께 기도해주었다.


그 예배 이후, 정말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에게 뜻밖의 큰 위로를 받았다. 평소에도 나라는 사람은 사람들 관계 속에서 mediator 같은 역할이 아니냐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과 동역자들 사이에서 가끔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예전에 나는 하염없이 하나님에게 무언가를 구하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하나님이 그토록 원하시던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었구나하는 감사한 마음.




어렵고 힘들수록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붙잡아야 하는 줄 알면서 때론 그게 참 어렵기도 하다. 한국에 있는 소울메이트와도 같은 친구와 연락 하다가, 스스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 하는 영혼인 줄 알지만 모든 상황이 버겁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나의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먼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다도 괜찮다고, 나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고 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친구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의 진심 어린 눈빛과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았기에, 하나님의 마음과 눈으로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거구나. 내 신앙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정죄하던 마음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하며 회개했다.


“너로부터 보게 되는 하나님의 사랑, 다른 누군가를 통해 보여주시는 은혜가 삶 속에서 지금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함"이라는 친구의 말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내가 더 하나님을 가까이하며 기도하며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수요예배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하나님께서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고린도전서 2장 말씀과 함께 <주님의 마음을 가진 자>, <결국 요나는 니느웨를 사랑했습니다>라는 찬양을 생각나게 하셨다.




우리는 세상의 영을 받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성령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선물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경에도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아서 주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고린도전서 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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