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숨넘어가게 바쁘진 않지만 그다지 숨 쉴 구멍이 많지 않은 시간들이 흘러 흘러 어느덧 33개월 차 엄마.
아, 이제 점점 희미해져 가는 뱃속에 넣고 다니던 엄마 연습생 시절까지 인정해준다면 43개월 차 정도 되려나.
먹이고 재우고 함께하는 일상이 편안해지고(물론 밥을 우물우물 퉤 할 땐 내 안의 초록 괴물이 꿈틀거린다.) 조금 적응했다 싶으면 새로운 과제가 생겨. 역시 엄마, 아빠를 재워놓고 육아서적을 밤마다 탐독하는 걸까? 이무렵 즈음 이런 행동을 할 거라는 그 시기를 귀신같이 알아내어 그날부터 요이땅 떼를 쓰기 시작했어.
양육 외에도 교육이라던거 매너라던가 우리에겐 숨 쉬는 것 같은 그리고 아이에겐 한없이 새로울 무언가를 하나둘 가르쳐야 하는 시기에 다다러가고 있는 것 같아.
가끔 길을 가다 배가 불러온 임산부를 보면 '이래 봬도 나름 43개월 차 엄마다 에헴' 하는 자만심 혹은 꼰대력이 상승하기도 하던 나. 하지만 새로운 과제 앞에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육아는 한없이 겸손해지는 과정인 것 같아.
아기의 입장에서 알려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걸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은 것들이 많은 요즘. 처음 빨대컵을 사용해 물을 먹는 걸 보고 감동을 느꼈던 그때 그 기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야지.
빨대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도 당연함이 아님을 우리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치열하게 자라나고 있음을.
오늘의 육아 행복.
아이가 단수가 아닌 복수의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여러 명이 있을 때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엄마랑 아빠랑'이라고 모여있는 대상 전부를 나열했는데, 지금은 너희들 또는 애들아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잠들기 전 사랑한다고 말해주니 나와 남편을 번갈아 바라보며 "내가 너희들을 더더 많이 사랑해"라고 했다.
적확한 표현은 아니지만(손윗사람에게 존대어를 아직 완벽히 사용하지 못한다) 사랑이 가득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