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구상한 글이 있었다.
머릿속을 맴맴 도는데 정리가 안 되는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도 이미 완벽한.
나는 80년대 중반생으로 당시 우리나라는 중동건설붐이 불던 시기였다.
내가 태어날 무렵 전후로 사막 한가운데 계시던 아빠와 서울 한복판에 계시던 엄마의 연락수단은 우표가 가지런히 붙어 있는 해외 우편이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창고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더플백을 발견하였다. 가방 안 뺴곡하던 수 없이 많은 편지들. 달달한 사랑의 편지부터 글 안에 어느새 내가 커가는 모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가는 육아일기가 되어가고 있던 그 시절의 어린 엄마와 아빠의 필담. 가끔씩 끼어든 막내이모의 장난 가득한 편지.
아무런 가공 없이도 잠시 앉아 손에 들고 읽는 것만으로 울고 웃으며 나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 시절을 생생히 그려낼 수 있을만한 그 자체로 작품인 글들을 엮어보고자 한다.
단지 나의 시각으로 써야 할지 엄마 또는 아빠의 시각을 번갈아야 할지 외려 그 자체로 반짝여 시작하기 어려워 다시 먼지가 뽀얗게 쌓이도록 서랍 안에 고이 보관했었지만. 시작이 반.
시작하겠다 공표라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