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체(Ceviche)

머리끝이 곤두서는 가히 폭발적인 향신료의 향연

by 노마드

22.12.20: Day 5,


여러 번 깼다 자기를 반복했고, 오랜 시간 침대에 붙어 있었으나 결코 개운치는 못했던 잠에서 일어나니 오전 10시였다.


구글 맵을 켜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마침 바로 앞이 지역 전통시장이었고 (그렇다면 어제 보았던 유치원은 무엇일까?) 안에 평점이 괜찮은 식당이 있어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밖으로 나섰다.


<특별한 것 없는 시장이다>

Don Jimmy. 적당히 시장을 둘러보고, Corvina con Papa (감자와 생선) + Ceviche Mixto를 시켰다. 덤으로 가장 인기 있는 주스가 뭐냐고 물어 Mora 주스도 한 잔 시켰다.


주문이 제대로 된 건지 의구심을 품을 무렵 음식이 나왔다.


생선 튀김은 먹을 만했다. 뼈와 연결된 부분이 생각보다 물컹거렸으나 그런대로 부드러워 식감이 괜찮았다.


문제는 에콰도르 국민음식으로 불리우는 Ceviche.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수프 느낌이었기에 기대가 상당했으나 난이도가 많이 높은 음식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맛보는 향신료가 코를 톡 쏘아댔고, 뒤이어, 비 오는 날 지나가는 차로 인해 난데없이 물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얼하게 차가운 물이 치고 들어와 콧등을 때려대는 느낌이었다.


새우는 새우고 어디까지나 해산물은 해산물이었지만, 그뿐이었고,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집어넣기는 했으나 그릇의 반을 비우기 전까지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신기하다? 신선하다? 정도로 밖에 표현 못할 이색적인 강렬함이었다.


원래부터 고수를 혐오하는 나였기에 더욱 먹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반 정도 먹고 나니 수프의 새콤함과 향신료의 다채로움이 점점 조화롭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쉴 틈을 주지 않는 폭발적인 맛의 향연에 익숙해졌다.) 결국 바닥까지 싹 비워냈다.


<가격도 만 원을 넘지 않았고 맛도 괜찮았다. 맛이 너무 강렬하다 싶으면 팝콘을 주워먹었다>

차차 익숙해졌던 Ceviche와 평이했던 Corvina 및 Papa와 달리 블랙베리를 갈아 만든 Mora Juice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맛있었다. 한없이 달기만 한 망고 주스를 최애 음료로 꼽을 때 드러나는 내 유아적인 입맛에 대한 부끄러움을 중화시켜 주는 가히 완벽한 음료였다.


레몬 같이 한밤중에 먹이면 당장 일어나서 운동장 백 바퀴라도 돌 법한 공격적인 시큰함이 아닌 어린아이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듯한 섬세한 새콤함과 자극받은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 웃음 짓게 하는 달콤함이 내내 달기만 해 무료할 때도 있던 음료들의 단점을 완벽하게 메워줬다.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히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탈 입에 털어 넣은 후 식사를 마쳤다.


서비스로 받은 사탕 중 하나를 나를 쳐다보고 있던 아이에게 건넨 후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문을 열 때 손을 무사히 지켜냈다!) 첫 공항 노숙을 대비해 낮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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