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by 노마드
Slide2.PNG
Slide3.PNG
Slide4.PNG

파미르 고원에서 청해성까지 5000리에 걸쳐 뻗은 곤륜산맥의 정상에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와 상서로운 푸른 새 청조를 수하로 부리는 신비로운 여신, 서왕모가 거한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전령인 청조를 길조로 여기는 믿음은, 훗날 파랑새와 행운을 연결 짓는 문화적 상상력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신화가 어쩌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에게 흘러 들어가, 덧없는 환상을 좇기보다 현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은 동화 '파랑새'로 재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화 속 청조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인해 그 실체가 현대 영미권의 지빠귀보다는 맹금류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시끄럽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한국의 파랑새는 영미권에서 '오리엔탈 달러버드'로 불린다. 벨기에 동화 속 파랑새는 실상 비둘기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파랑새’라는 이름 아래 놓인 새들은 그 형체조차 서로 닮지 않았다. 신성한 맹금류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청조, 호전적인 달러버드, 그리고 평범한 비둘기에 이르기까지. 그렇다면 결국, 파랑새를 좇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