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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29. 2015

#03. 이제야 쓰는, 나의 11월 휴가 이야기.

서울에서.

<빛글로 - 옮며, 적다.> 프로젝트는 저 빛글로다가 '빛글로'라는 저만의 청춘 로드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어내는 기록입니다. '옮며, 적다.'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는다.'의 줄임말입니다.



    군인인 나는, 군복무를 하는 기간들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군부대 내에서 보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거의 매 달마다 외박, 혹은 휴가를 나와서[그 기간이 길든, 짧든] 시간을 보낸다. 

    이번 11월에는 9박 10일짜리 휴가를 나와 시간을 보냈고, 이번엔 서울을 다녀왔다. 사실, 계획은 거창했다. 계획만으로 나는 '북촌'이라는 지역과 '파주'라는 지역을 속속들이 다녀본 탐방가였다. 하지만 나의 휴가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는다.'라는 <빛글로 - 옮며, 적다.> 프로젝트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계획이 다소 변경되며 이 모든 것을 다녀오지는 못했다.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

빠르게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간다.

카메라에 담기도 벅찰 정도로,

아니, 어쩌면, 내 카메라의 성능이 부족해서일지도. 

내 능력 밖의 일들이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스쳐 지나가듯이.





기차 안에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

바라보는 창밖은,

사실 '창 밖'이 아니다.

어두움 때문에 비춰지는 '창 안.'

그래서 종종 우리는,

눈을 감고서야 우리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










셀카를 그리 잘 찍거나, 많이 찍지는 않는데

이 날, 서울로 올라가는 KTX 안에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셀카를 하나 찍었달까.


그래서 간만에,

페이스북이든, 카카오톡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나의 얼굴을 대문마냥 걸어놓을 수 있는 곳에는

나의 새로운 셀카를 부적마냥 바꿔 걸어 두었다.










서울에서는 동생이 살고 있는 숙대 근처 자취방에서 생활을 하였다.

이곳에서 생활을 한다고 하니 다들 묻는다.
'숙대 다니는 여동생이야?'라고. 


아쉽게도, 아니다. 나랑은 1살 차이, 남자아이다. 아직 군대를 가진 않았다. 대학을 다니지도 않는다. 가수를 꿈꾸면서 연습생 생활을 한다곤 하는데, 잘하고 있는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하필 숙대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이유는 '어쩌다 알게 된 삼촌이 살고 있는 2층 집인데, 1층을 싸게 월세로 내놓아서 살게 되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터. 어쨌든 동생이 서울에서 자취방 생활을 하고 있는 덕분에, 서울에서 약 일주일 지낼 곳은 걱정하지 않아 좋았다.



숙대 자취방으로 가는 길. 골목길을 정취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서 일부러 필터는 흑백으로.

중간의 은행나무 사진은 은행나무만 컬러로 하고 싶은데, 그럴 능력이 없다. 포토샵이 있으면 검색하면서 방법을 알아보며 해볼텐데. 아쉽게도, 나는, 지금, 모든게 제한되어 있는 군부대 내의 PC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미술관에도 갔었다.


    사실 평소에 미술과 음악에 그리 조예가 깊지도, 관심이 많지도 않다. 그런데 이번 휴가엔 굳이 시간을 내서 미술관을 다녀왔다. 너무도 관심이 없기에, 그래서 일부러.




    광화문 근처에 있는 금호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두 곳 모두,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알고 찾아 갔다.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규철님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展'에서 1시간짜리 필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어서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런데 아쉽게도, 휴가동안 이 프로젝트의 예약은 모두 꽉 차 있어서 직접 참여할 수는 없었다. 



금호미술관 -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展>

  

  나는 '막연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조금씩 '막연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건축도 그중 한 분야인데, 그 건축의 재료에 대한 전시라고 해서 금호미술관의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展>에 들어가본 것이었다. 

    건축에 쓰이는 다양한 재료들로 조형물 등을 만들어 두었는데, 뭐랄까, 나는 이것들이 예술품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어떤 재료든지 건축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데요. 예를 들어서 실이던 종이던 약해보이는 재료도 어떤 식으로 우리가 힘을 주는가에 따라서 튼튼한 구조물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인터뷰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하신 말씀이다. 어떤 재료든지 건축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처럼, 나도 이 전시를 바라보면서 이런 구조물들이 전시회에 올라올 수도 있다는 신기함을 느끼며, 예술품들도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展>


    최근의 나는, 모든 종류의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막연한 관심'의 단계를 넘어서서 '직접 참여하는 관심'의 단계에서 나는 직접 여러가지 도구로 글이든, 뭐든 쓰고 있는 단계이다. 그 시점에서 알게 된 '필사 프로젝트'이니 나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있었던 관계로 이번 전시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다. 많이 아쉬웠지만 눈으로 필사 하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북촌, 그리고 요조 책방



   



 북촌에도 다녀왔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수 '요조'님이 운영하시는 <책방 무사>에 방문하는 김에 북촌을 구경하고 왔다. 전날에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책사람'이라는 행사에서 이미 요조님을 한번 뵈었었고, 행사에서 미리 몇시쯤 책방 오픈하냐고 여쭈었더니 11시에서 12시 사이라는 대답에 아침 일찍 준비해서 북촌으로 향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만큼

북촌에는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옆으론 관광객들이 지나갔다.


덕분에,

사진 속 사람들이 서있는 곳에 위치한 

문과 우체통을

사진으로 하나 남기고 싶었지만,


도무지 

중국에서 날라온 일행이

떠나가지 않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고즈넉함'이라는 표현을 느낄 수 있었던 북촌. 관광객들이 내 옆을 지나갈 때면 왁자지껄 했지만, 그들이 지나간 뒤에 다시 찾아오는 고요함은 '고즈넉함'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리고 찾아간 가수 '요조'님의 <책방무사>.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직 오픈 전이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괜히 북촌을 한바퀴 더 삥 돌았다. 돌다가, 돌다가, 평상을 하나 발견했다. 그곳에선 펜을 하나 꺼내들고선 캘리를 쓰기 시작했다. 

    요조님이 SNS상에 책방의 오픈을 알릴 때 적어두던 문구. 'O월 O일, 책방무사 오픈했습니다.'에 착안해서,


 책방무사, 오늘도 (무사히) 오픈했습니다.




    다시 책방을 찾아갔을 때는 책방 문이 열려있었다. 일본 가사가 흘러나오는 일본 노래가 틀어져 있었고, 책방은 정말 아담했다. 한바퀴 몸만 빙 돌려도 모든 책장을 훑을 수 있을 정도로. 괜히 요조님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고, 책이 아닌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전날 행사에서 요조님이 말한 것이 있었으므로, 책방 안에서는 따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그리고 빙 둘러보면서 책을 하나씩 꺼내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2권의 책을 꺼내들고 구매하려다가 옆에 보이는 '주성치 뱃지 뽑기 게임'에 관심을 돌렸다.



100원을 넣고 하는 뽑기 게임. 100원을 넣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뱃지가 고리에 걸린 채로 시간이 지나버렸다. 주머니에 동전이라곤 500원짜리 하나와 10원짜리 하나뿐. 요조님이 100원을 선뜻 내주시며 기회를 더 주셨다. 그리고 주성치 뱃지를 뽑았다. 책방을 오픈하고, 뽑기 게임을 둔지 세번째 성공인이라고 한다. 

    성공인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고 해서 찍었던 사진. 괜히 요조님이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 멋쩍어서 웃음만 한바탕. 


눈이 사라지는 마술! 이 아닌, 웃음.


어쩌다 망원시장


    망원시장에도 다녀왔다. 망원시장엔 갈 계획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망원시장에 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연락을 하게 된 출판사에 방문해보니 그곳이 망원시장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내가 운영하는 <캘리, 빛글, 끄적.>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먼저 연락이 왔었다. 실제로 내 캘리 작품이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출판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출판업에도 '막연한 관심'이 있는지라 대표님께 연락드려서 출판사를 찾아간 것이었다.

    대표님과 편집장님과의 대화, 모두 생략하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덕분에 나는 '글을 쓸 원동력'을 크게 하나 얻었다. 그래서 꾸준히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휴가 복귀 후에 일주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글을 꾸준히 써내야만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글 올리는 것은 그리 자주 하지 못하겠지만,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글은 충분히 써낼 수 있으니.



어쨌든 망원시장

    망원시장은 사람들이 많았다.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봐왔지만, 여태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역시나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별히 무엇을 사려고 방문한 시장이 아니었기에 그냥 한바퀴 빙 둘러보기만 하다가 간단한 요기거리가 있으면 사먹을 생각이었다.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해외의 시장에서 과일가게 사진을 찍어둔 걸 보면 왜이리 멋스럽곤 했을까. 그런 사진을 생각하면서 망원시장의 한 과일가게에 진열된 과일들을 카메라로 찍어 보았다. 눈에 보이는 한국말들 때문일까? 내가 찍은 사진들은 '그냥 과일과게'들일뿐이다. 그저 한국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본다면 내가 해외의 과일과게 사진들을 보면서 느꼈던 그 느낌을 받았겠거니 하면서 넘어가본다.



    망원시장 초입에 있던 고로케. 망원시장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둘러본 다음 나오는 고로케를 사서 입에 하나 물어 들었다. 팥 앙금이 들어가 있는 팥 고로케를 분명 더 좋아하지만, 야채 고로케가 방금 막 따뜻하게 나오고 있어서 야채 고로케를 선택했다. 그런데 두 곳의 고로케 가게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괜히 한 곳의 가게에서 고로케를 사는 내게 신경 쓰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나중에 고로케를 하나 더 사들을 때는 반대편 고로케 가게에서 고로케를 샀다는 후문이.......


    하나 더 산 고로케를 집어 들고 망원시장을 떠났다. 그리고 동생이 연습생으로 연습하고 있는 기획사도 방문해보고, 나머지 시간들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휴가를 보냈다. 계획한 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는 내가 시간의 두께를 너무 간과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론 미리 계획을 잡을 때 시간의 두께는 두껍게 재단하려 한다.  

    다음 휴가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휴가 때는 그렇게 두껍게 재단한 시간표를 가지고 움직여 보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간은 내가 계획한대로 움직여지진 않을테지만.



나만의 청춘 로드 '빛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기록을 남기며.
글을 쓰기도, 글을 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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