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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6. 2015

#02. 하늘은 맑았고, 바다는 푸르렀다.

'터벅터벅' 발소리와 함께.

<빛글로 - 옮며, 적다.> 프로젝트는 저 빛글로다가 '빛글로'라는 저만의 청춘 로드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어내는 기록입니다. '옮며, 적다.'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는다.'의 줄임말입니다.


    <빛글로 - 옮며, 적다.>의 두 번째도 역시 부산이다. 부산 토박이이지만 부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부산 영도의 <흰여울 문화마을> 그리고 <절영 해안도로>. 사실 이 두 곳은 이를테면 '세트'다. 서로 붙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미키마우스 수첩과 볼펜을 하나 챙겨 들고 나섰다.
무자비하게 맑았던 하늘,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정원에서.


    영도로 향하는 길에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번 <빛글로>에서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옥상정원을 오르려 했는데 당시 엄청난 비바람 탓에 오르지 못한 기억이 있어서 무자비하게 맑은 하늘 아래의 옥상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람은 역시나 강했지만 옥상정원으로 통하는 길은 열려 있었다.


 롯데시네마가 근처에 있어 그런지 캐러멜 팝콘 냄새가 진동했다. 바람에 흩날리며 더더욱.


지난 첫번째 <빛글로> 당시 하늘 상황. 옥상정원으로 향하는 길목은 굳게 막혀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빛글로> 때의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정원의 모습. 바람은 이번에도 역시나 많이 분다.

  

  롯데백화점 옥상정원에서는 용두산 방향, 영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늘은  무자비하게 맑았으므로 눈 돌리는 곳곳이 무자비한 하늘 빨(?) 탓에 무자비하게 깔끔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최신 휴대폰보다 화소가 낮은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로 아무렇게나 누른 셔터였지만 하늘 조명빨 덕택에 사진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결과물로 나를 맞이했다.

  

사진빨(?)에는 조명빨(?)이라는 것이 있다. 조명이 좋다면 평소보다 사진은 더 잘 나온다. 그렇다면 글에서는? 

 

  문득 든 생각이다. 최근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글을 써보려고 하고 있는 탓에 든 생각인 걸까? 나름 글을 잘 쓰고, 많이 쓴다고 생각해왔던 지난 시간들에는 순수한 나의 글 실력 이외에 다른 것들이 작용해왔던 것인지 최근에 쓴 글들은 이렇다 할 만족스러움도, 이렇다 할 결과적인 성과가 없다. 그래서 약간의 회의감이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괜히 나의 글 실력 이외의 다른 것에 기대보고 싶은 심리가 든 것인지....... 그런데 글빨(?)은 그냥 꾸준히 계속 한 계단, 한 계단 채워가는 것이 아니면 그다지 효과 있는 -빨(?)은 없는 것 같다. 꾸준한 글빨(?)로 승부하자. 그게 맞는 것 같다.



마을버스 영도 5번.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정원에서 내려선 본래의  목적지인 <흰여울 문화마을>과 <절영도 해안도로>로 향하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일반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일부러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왠지 그러는 것이 내 여행의 본질과 맞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정말로 작은 마을버스를 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고등학생 때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 3대의 버스 중에서 정말 간간이 탔던 마을버스 강서 11번이 생각이 났다. 아직까지도 운행 중인.


내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굳이, 일부러 마을버스를 탔다. 영도5번.





흰여울길 그리고, 절영해안도로.


    <흰여울 문화마을> 초입은 일단 너무 깔끔하고 깨끗했다. 그게 너무 좋았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한 <흰여울 문화마을> 그런데 '변호인'만 이곳에서 찍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이미 이곳을 스쳐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스쳐갈 차례.


  

  설명에선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을 닮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에 나는 가본 적이 없다. 뭐 대충 이런 평화롭고 깔끔한 분위기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다음에, 언젠가는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에도 가서 <빛글로>를 작성하는 일도 있겠지. 

    일단 이곳은 <흰여울 문화마을>이라는 이름처럼 '마을'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그에 못지 않은, 어쩌면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낮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서 하늘은 더 높아 보였다. 해지고 낡은 벽들 사이에서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 뚜렷했다. 그렇다고 낡고 해진 건물들이 거슬려 보이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정감 있고 운치 있었다.

    따지고 보면 하늘과 바다가 더 늙었을 텐데 하늘과 바다는 그 맑고 고운 색을 잃지 않는다. 가끔은 이렇게 맑고, 가끔은 어둡고, 또 가끔은 비바람을 뿌리면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맑을 때는 엄청나게 맑은, 이를테면 무자비할 정도로 맑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무자비함 때문에 괜스레 더 어린 우리들은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초라함 속에서 나의 소중함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아니 다른 말로는 소박함을 품고 살아가는 것. 이래서 대자연 속에서 우리는 그저 숨 쉬는 초라하거나 소박한 생물일 뿐이다.


    바다가 있으니 바다의 것으로 살아간다. '해녀좌판' 이었던가? 한쪽에서는 자그마하게 행상이 풀어져 있다. 해녀들이다. 맞은 편에는 해녀 탈의실도 있다. 역시나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해녀들의 삶의 방식. 

바다가 있으니 바다의 것으로 살아간다.



니 변호자 맞제?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영화 '변호인'의 흔적을 찾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이것 이외에는 다른 흔적을 찾진 못했다. 나는 그리 꼼꼼하지도, 보물 찾기에 능하지도 못하니깐. 좀 전까지 걷던 해안도로에서 사이의 계단으로 올라와서 발견한 것이었다. 좁은 길 사이에서 몇몇의 관광객들은 카메라로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도 역시 똑딱이로 한 컷.


문마저 벽으로 착각했는지 벽이랑 같은 색으로 페이트질을 해버린 문, 나무로 만들어둔 새, 특이하게도 마을 중간에 떨어진 곳도 없으면서 괜히 만들어진 육교, 벽에 그려진 벽화, 그리고 색감을 잃지 않고 피어있는 꽃까지. 아기자기한 예쁨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었다.



    <흰여울 문화마을>의 끝에서 다시 <절영해안도로>로 내려와서 걷다가, 마을 쪽 위로 바라보며 한컷. 하늘과 절벽 사이에서 버티고 서있는 마을. 마치 바다를 바라보며 호언지기를 장담하는 사내처럼, 멀리 나가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아낙처럼. 그런 상상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동화 같은 마을. 이 소박함 속에서 반나절 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괜찮은 탐험을 한 것 같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한 걸음, 한 걸음.

 

   돌아오는 길에 무작정 그냥 길 따라 쭈욱 걸었다. 귀에 이어폰을 걷고 걷다 보니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터벅터벅 내 발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렇게 걸어가 보니 공장들이 쭈욱 늘어선 공간이 있었고,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어차피 한국, 영도 안이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계속 걸었다. 그러니 배들이 모여있는 선착장 같은 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곧  큰길로 이어지며 여행지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더 천천히 걸을걸... 그래도 다음번 여행을 기약하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시내버스에 올랐고,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내에서 남은 하루의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대로 쭈욱 더 걸었다면, 다음은 어디였을까?

  

 어쨌든 반나절의 여정이 끝이 났다.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역시나 아직까지 그냥 나의 행적을 쫓는 수준의 글밖에 쓰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처음이 아닌 두 번째의 여행과 두 번째의 글을 써내려 갔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두 번째가 있으니 이제 세 번째가 있을터. 다음번엔 어디로 향할까? 나는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까.





'옮며, 적다.'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적는다.'의 줄임말입니다.



나만의 청춘 로드 '빛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기록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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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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