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켠다. 로그인을 한다. 엑셀 자료를 다운 받는다. 모니터 왼편, 오른편에 가득히 엑셀창을 켠다. 전날 계좌로 입금된 금액이 담긴 엑셀이 여럿,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내역이 담긴 엑셀이 하나.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본다. 내역 하나하나 어떤 돈인지 찾아나선다. 업무 반복 시작. 매일같이 반복이다.
반복, 반복, 또 반복. 이럴거면 차라리 로봇을 시키지!!그래서 매크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똑같이 처리하는 업무를 대신해줄 로봇. 이 매크로가 나 대신 일을 해줄거야, 라는 굳은 믿음으로 매크로 만들기 시작. 같은 업무를 하는 옆자리 직원은 도무지 매크로를 믿을 수 없다며 그대로 눈과 손으로 엑셀을 뒤진다. 희한하게 매크로보다 빠른 그녀의 업무 속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매크로 테스트. 그렇게 며칠 간의 시행착오 끝에 매크로를 만들었다. 브라보!
가벼운 마음으로 매크로를 실행시킨다. 클릭 한 번에 엑셀 파일이 주르륵 정리. 이제 나는 귀찮은 반복을 안 해도 된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금액이 맞지 않다. 주르륵 정리된 몇 백개의 셀을 하나씩 뒤져야 한다. 꼭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문제다.
큰 덩치를 이렇게 세팅 해놓으면 작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작은 부분은 너무 미세해서 큰 덩치를 하나씩 쪼개 살펴야만 한다.
20여년짜리 인생도 한꺼번에 자동으로 정리해 어딘가에 구겨 넣으려 보면 작은 부분에서 삐그덕이다. 매일 똑같은 업무를 하기 귀찮아 매크로를 만들고 있는 꼴이며, 반복되는 그 일이 없는 주말에는 무얼해야 할 지 몰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꼴이며. 자동으로 주르륵 한꺼번에 정리하고 싶은 마음 굴뚝인데 작은 부분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른다.
그 작은 부분들을 하나씩 뒤져 고치면, 자동정렬 매크로는 어쩐지 명령어가 틀어진다. 다시 원점으로. 매크로를 만드는 일도 반복의 연속이다. 어쩐지 이 반복은 벗어날 수 없다. 이 인생도 다시 반복.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정리하는 매크로도 결국 다시 반복이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매크로, 매크로,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by. 에라이 / 3월 3주차에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