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쇄소를 다녀왔다.회사 업무 외적으로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컨텐츠를 인쇄물로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2곳의 인쇄소로 향해서 견적을 받았고, 상의 후에 책자와 굿즈의 형태로 인쇄를 맡길 예정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회사원이 된 이후에 바보가 되어가는 나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 일주일에 한 편 정도의 글은 써야겠다는 결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글을 쓰다가 1년이 지난 올해 3월부터는 '꽃'이라는, 구체적으로는 '꽃말'을 키워드로 글을 모으고, 이를 녹음하여 공유하는 형태의 컨텐츠를 제작하였다. 팟캐스트/오디오클립/오디오북 형태로 말이다. 현재까지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채널을 개설하고 컨텐츠를 업로드하였다. 3월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약 50편의 컨텐츠. 시즌 1이 종료되었다.
시즌 2를 준비하는 와중에 시즌 1 동안 쌓아둔 원고를 인쇄물로 만들기 위해 견적을 받은 것이 오늘의 일과였던 셈이다.자료를 모으고, 편집하고, 만든다. 단순하게 표현된 이 말은 사실 꽤나 많은 리소스가 투입된다. 그러고 이는 비단 책을 만드는 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경험들을 끌어 모으는 일도,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도 모두 이와 비슷하다.
생각해보면 처음은 고3 때였다. 지금처럼 내 컨텐츠를 모으고, 편집하고, 만들어 내는 일을 한 것은 말이다. 한창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던 때였고, 대학들은 지금보다 더 열성적으로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는 지금(고3 때까지) 해온 활동을 모두 정리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각종 과제와 프로젝트, 그 외에 소소한 기록들을 한 곳에 모으고 배치하였다. 그렇게 모은 것이 100 쪽에 달했던가.
학교 후문 쪽에는 인쇄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 방문하여 USB를 건넸다. 여기 자료를 모두 뽑겠노라고, 그리고 이를 엮어달라고. 나의 첫 책은, 그러니까 스프링으로 제본된 나의 포트폴리오였다. 몇 부를 인쇄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 몇 곳에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선생님께도 보여드리며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런 반면에 지금의 고3 에게는 생활기록부 이외의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듯했다. 자기소개서도 공통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막내 동생이 고3인 탓에 대학 입학처를 기웃거린 결과다. // 사설. 이렇게 돼버리니 오히려 대학 준비하기가 더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미리 생활기록부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뒤집기가 여간 쉽지가 않아 보였다.)
어쨌든 자신의 컨텐츠를 하나로 엮어내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고, 꽤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 어떤 측면에서는 그 수고라는 것이, 컨텐츠를 모으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지만 결과물을 제작해서 내보이는 것에는 단시간에 빡! 하고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정리해내는 것이 어쨌든 최종 결과물로 선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지부진했다고 하더라고 어느 정도 수준만 유지되었더라면 결국에 최종 결과물에서 잘 보이면 장땡이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취업 준비든, 투자든 지지부진했던 모습이 있었더래도 최종에는 승리한 결과물 하나가 자신의 모습을 정해줄지 모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