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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12. 2020

사람들이 출근할 때 집으로 돌아왔다.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일찍 일어났다. 평소보다 일찍이었다. 집에서 일찍 나섰다. 공기가 찼다. 반바지 차림이었다. 길거리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종로 인근이었기 때문인지 할아버지들이 여럿 보였다. 그 옆을 지나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은 회사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검진센터였다.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던 탓이다.

7시에 센터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먼저 와있었다. 접수를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마치고 보니 8시정도였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가득 사람들이 몰려 나왔다. 8시. 이 사람들은 8시에 우루루 몰려나와 기다리며 검진을 받아야할테지,하며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실은 나도 8시 예약이었다. 하지만 1시간 일찍 나온 것이었다. 검진센터에서는 예약시간 보다는 접수한 시간이 우선이라는 점을 작년의 경험으로 알고 있던 덕이다.

건물을 나서려 보니 출근하는 인파가 보였다. 평소였으면 나 역시 저 무리에 섞여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역주행 중이었다. 사람들이 회사로 향할 때 집으로 향했다.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생긴 김에 여유라는 사치를 부려야겠다 싶었다. 빵집에 들어 빵을 샀다.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커피를 끓였다. 빵을 먹었다.

회사에 가지 않아 우쭐한 아침이었다.검진을 빠른 시간에 마쳐서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출근하지 않고도 여유가 있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했다. 그런 동시에 이렇게 지내는 삶은 재밌는 삶일까 고민했다. 회사를 가는 것이 나은 것일까? 알 수 없었다. 어떤 것이 재밌는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혼란에 빠졌다. 여유로운 사치 속에서 어지러웠다. 그러면서 게을러졌다. 시간이 많으니 잠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한 듯했다.

시간이 흘렀다. 어쩌다보니 다른 연휴와 다름없이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래선 안돼!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거리를 들고 나섰다. 분리수거를 하고 독서실로 향했다.


강의를 듣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닥 반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시스템이 오류가 나고,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전화는 밀려오는 듯했다. 아, 오늘은 회사에 나가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삶이었던 것 같다.


오늘 계획한 강의를 다 들었다.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그러고도 하루가 끝나진 않았다. 역시 오늘은 여유로운 날이었다. 조금 게으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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