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증장애인 국가 공무원 경채시험 응시를 권유받다
"율이야 너도 원서 접수 해봐, 우체국 중에서 우편물 정리 직무 뽑는 기관에다 넣어봐"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성 장애인 자조모임에 1년 만에 참여했다. 때는 2025년 2월 말이었다. ○○ 언니는 왜 그동안 모임에 나오지 않았냐는 타박 대신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에 원서를 접수해 보라고 했다.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은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열악한 이들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자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정된다.
재작년에 ○○ 언니는 이 시험에 합격하여 국가공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같은 모임의 □□언니가 그 뒤를 이었다. 언니들은 이번엔 내 차례라면서 지원하면 합격할 확률이 높은 부처를 짚어 주었는데 그곳은 바로 응시부처는 과학통신기술부, 응시기관은 우체국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다른 공개경쟁채용 시험처럼 필기시험이 없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시험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공채와 마찬가지로 단기 합격하는 사람도 있고 장수생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었다. 더구나 경력채용은 하나의 기관당 한 명씩만 뽑기에 1차 서류준비부터 신중해야 했다.
붙고 나서도 걱정이었다. 나는 우체국에서 일을 할 정도로 경력도 신체여건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고 여겼다.
나는 ○○ 언니에게 내 장애 유형과 특징을 다시 한번 일렸다. 언니를 알게 된 지는 10년째이지만 나를 잘 몰라서 어렇게 어려운 직업을 권유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적장애인이고, 행동이 많이 느려서 어렵다고 말했다.
언니는 지적장애인 합격자도 있다고 했다. 우체국에 많이 지원한다고 했다. 들어본 적은 있다.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업무를 맡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중증장애인 경채시험 합격자 통계를 보니 매년 3명씩 발달장애인 합격자가 있었다.
하지만 손이 느린 내가 우편물 분류를 한다면 우편물이 제때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언니는 내 장애특성에 맞는 업무를 줄 거라고 하면서 3월에 원서접수 기간이니 지원해 보라고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으니 탈락이 돼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했다.
"알겠어요. 한번 접수는 해볼게요."
언니들이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할 때만 해도 나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언니들이 나에게도 지원해 보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그만큼 나의 능력을 높이 봐주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장애인에게 공무원보다 좋은 직업은 없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와 같은 언니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올해 안되면 내년에, 내년에도 안되면 내후년에... 매년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급할 것은 없었다. 난 지금 5시간 단시간 근무자이긴 하지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니 부모님께서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시기 힘들기 전까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