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창 sns를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한 뒷모습의 여인이 나와있는 한 장의 사진이 sns에서 엄청나게 유행을 했다. 나는 그 사진의 위치가 어디인지 궁금했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내 스스로 유행을 좇아 사진을 찍는 시기였으니 당연히 나 또한 제주에 간다면 이곳을 꼭 가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에 갈 때마다 '다음에 가지 뭐..' '굳이 가야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항상 그냥 패스하곤 했었다.
산굼부리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려는 찰나, 문득 이곳이 나의 잠재되어 있던 기억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 내가 있는 장소와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확인을 하였고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나는 바로 시동을 걸고 닭머르해안으로 이동을 하였다.
제주 닭머르해안 그리고 sns 영향력의 이면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이제는 이곳의 인기가 식어버린 거일 수도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눈에 띄게 사람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소규모 단위의 관광객만 눈에 보였다. 커플, 친구들끼리 놀러 온 우정여행, 자꾸 난간으로 다가가서 바다를 구경하려는 작은 아이와 말리는 부모님까지.
포토스팟?으로 불리는 장소에는 두 명의 여성분이 있으셨고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뒤로는 다른 관광객들이 있었으나 여성 두 분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며 사진 촬영이 끝나기까지 기다리고 있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분이 서로 열심히 찍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때 아니면 언제 저렇게 이쁜 모습들을 서로가 담아주겠나..'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분들의 핸드폰 카메라 셔터음은 끊이지가 않았다.
분명히 뒤에 기다리는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찍고 있는데 말이다.
이 중에서는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관광객도 있을 것이고 지나서 닭머르해안 정자 위에 올라가 바다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도 있을 건데 말이다.
1분.. 2분... 3분.. 그리고 에어팟에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지날 때까지 이분들은 계속해서 서로 위치를 바꾸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결국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잠시 지나갈게요
그제야 핸드폰을 들고 있는 친구의 셔터음이 끊겼고 나를 따라오는 관광객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관광객 두 분류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정자에 올라가 따뜻한 햇볕을 바라보며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잔잔한 제주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신기해 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저 바위 때문에 닭머르해안이라 불리는 건가? 하며 생각을 하기도 했고 이 바위 저 바위를 바라보기도 했다. 가지고 온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가만히 앉아 멍 때리기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가 너무 귀여워 보여 귀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분의 사진도 찍어드리기도 했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을 하였고 이제 다시 돌아가려고 정자를 내려가는데 세상에.. 그 여성 두 분이 아직까지 있으셨다.
다시 정자 쪽을 뒤돌아보니 그때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시던 관광객분들은 이미 정자로 올라오셨고 여성 두 분 뒤에 계속해서 다른 관광객이 눈치를 보며 움직이고 있었다. 왜 저 여성 두 분 때문에 여기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봤고 계속해서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서로를 번갈아가며 찍어주고 있었고 다른 관광객들은 마지못해 걸음을 정자 쪽으로 향해 옮겼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분명히 똑같이 제주로 여행을 떠나온 관광객이지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저렇게 젊은 날의 모습을 담을까?
하지만,
분명히 저분들 말고 다른 분들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처음 여행을 떠나올 때 모두들 가장 아름답고 이쁜 배경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 계획을 가지고 떠나왔지만
정작 눈치가 보여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저 둘러만 보다 가는 관광객.
사진 때문에 안 좋은 기억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시간
오히려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간 관광객은 어떤 기분일까?
이곳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돌아갈까?
과연 시간이 지나 이곳을 다시 방문하실까?
사진을 찍는 사진사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던 닭머르해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