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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임은정 Feb 16. 2021

1인 출판사를 하게 될 줄이야

똥 손이어도 괜찮아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알아보니 책을 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1)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해서 내는 방법

2) 출판사와 내가 반반씩 돈을 들여서 내는 방법

3) 100% 자비를 들여서 내는 방법

4) 펀딩 사이트에서 후원을 받아서 내는 방법,

5) 출판 지원 공모전에 당선되어서 내는 방법

(+ 1인 출판사 창업을 하고 3~5번 중의 한 가지 방법으로 내도 됨)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처럼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 중에 1인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1인 출판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세나 북스 대표님이 쓰신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라는 책을 읽게 됐다.

그런데 책을 처음 펴자마자 이런 글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1인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일단 말린다."


그 글을 보자마자 출판사 차릴 생각은 접고 원고 투고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스크를 감당하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1인 출판사에 대한 미련이 생겨서 검색하다가 1인 출판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알게 됐다. 거기서도 1인 출판사 창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글을 봤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돈도 안되고 힘들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출판사 창업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자본도 없을뿐더러 창업을 할만한 그릇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작년에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앞 일이 보이지 않았어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 모든 것은 하늘의 계획표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채워지는 경험을 하면서 오로지 내 안의 기쁨과 사랑을 전달해야겠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언제부턴가 그 마음이 희미해졌다. 머릿속에 가득했던 글감도 사라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왔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걱정하다가 내 삶의 목적을 잠시 잊고 살았다.


얼마 전 친구가 우울하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원래 밝은 친구인데 요새는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저번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명화 그리기 키트를 파는 게 기억이 나서 그걸 선물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림을 고르다 보니 내가 그려보고 싶은 그림도 있길래 내 것도 하나 샀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내가 1인 출판사를 창업해도 되는 이유와 마음의 평안도 함께 찾았다.


처음에 명화 그리기 키트를 열어봤을 때 당황했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 그릴지 막막했다.


아트 조이 DIY 명화 그리기 세트 선한 목자와 양


막막하지만 완성해보고 싶어서 하루에 몇 시간씩 그리면서 그림 그리기에 집중했다. (사실 그림을 그린 다기보다는 색칠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며칠 만에 완성했다. 짧은 영상도 만들어봤다.


아트 조이 명화 그리기 세트


인생도 그림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백지상태를 마주하면 막막하다. 똥 손이라 그림을 망칠까 봐 두렵다.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 완성이 될 수는 있을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완성된다는 믿음으로, 그 목표를 바라보며 그리면 된다. 왜냐하면 완벽한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렸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가 다 그린 게 아니다. 밑그림이 다 한 그림이니까.


우울증으로 시작해서 조울증, 분노조절장애, 그로 인해 신체적인 이상이 나타나는 전환장애, 대인기피증, 무대공포증, 공황장애를 겪었던 때가 있었다. 이 세상에 쓸모없고 무능력한 존재 같다는 생각은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자기 효능감이다. 무언가 해낼 수 있음을 경험하고 나면 삶의 치유가 시작된다.


1인 출판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방법으로 책을 내는지, 더 나아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목표를 바라보며 믿음을 가지고 인생을 그리다 보면 작은 인생 그림이 그려지고 다른 사람들의 작은 인생 그림들도 같이 모이면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내 아픈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 또한 자기 효능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거나 신체적인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의 인생을 책으로 만들어서 모두가 자기 효능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함께 성장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다.


두려움을 내쫓는 완벽한 밑그림이신 하나님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며 그의 큰 그림을 기대한다. 이런 마음을 담아 출판사 이름을 지었다. 그의 큰 그림, 히즈빅픽쳐.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여호수아 1:9 개역개정

Have I not commanded you? Be strong and courageous. Do not be afraid; do not be discouraged, for the Lord your God will be with you wherever you go.”
Joshua 1:9 NIV



아직은 백지상태인 히즈빅픽쳐 공식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isbigpicture/


BGM:
Kevin MacLeod의 Danse Macabre - Busy Strings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 표시 4.0 라이선스가 적용됩니다.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출처: http://incompetech.com/music/royalty-free/index.html?isrc=USUAN1100556
아티스트: http://incomp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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