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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Jul 13. 2015

명왕성 4

톰보의 발견

명왕성을 직접 발견하지는 않았지만 관계가 깊은 로웰에 대해 이런저런 주변 이야기들이 많아서 명왕성 이야기도 길어지는데, 로웰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했으므로 이제는 명왕성 발견에 대해 적어보자.


톰보의 탐색 작업


1916년 사망하면서 로웰은 로웰 천문대에 수백만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 오늘날로 치면 수천억원 가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러나 로웰의 부인이 이 유산에 제동을 걸면서 10년 가까이 기나긴 법적 분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행성X(Planet X)의 탐색 작업도 중단되었다가 1929년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겨우 재개된 행성X 탐색 작업에는 당시 23세 약관의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1906~1997)가 투입되었다.

클라이드 톰보

    톰보는 밤하늘의 같은 구역을 1~2주 간격으로 반복해서 사진을 찍어 움직이는 희미한 별이 있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행성X를 탐색했다.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는 태양에서 가까울수록 빠르게 공전하므로, 사진 비교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희미한 별은 대부분 소행성(Asteroid)이거나 간혹 혜성(Comet)이므로 제외해야 한다. 행성X는 해왕성 바깥에서 공전하므로 느리게 움직여야 하는데, 빨리 움직이는 소행성과 혜성은 자주 발견되었으나 목표하던 느리게 움직이는 별은 발견되지 않았다.

태양으로부터 거리 순으로 배열한 태양계의 주요 구성원

드디어!


1930년 2월 경, 1년 가까운 지리한 탐색 작업 끝에 드디어 톰보는 행성X의 후보를 발견했다. 1월 말에 찍은 사진들을 비교 검토하던 중 해왕성 바깥 궤도를 느리게 공전하는 것이 확실한 별을 찾은 것이다. 로웰 천문대는 이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친 후 로웰의 동생 아보트 로웰(Abbott Lowell, 1856~1943)이 총장으로 있던 하버드 대학의 천문대에 새로운 행성 발견 소식을 전달했다. 하버드 천문대는 빠르게 자료를 검증하고 새 행성 발견을 인정했으며, 이 소식은 곧바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위 사진 2장이 톰보가 명왕성 발견의 근거로 제시했던 비교 사진이다. 약 1주일 간격으로 찍은 사진에서 화살표로 표시된 명왕성이 움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지금 봐도 어떻게 저런 사진 속에 움직이는 별을 찾아냈는지 신기하다. 두 장의 사진을 교대로 보여주어 비교하기 쉽도록 하는 장치(Blink Comparator)를 사용하긴 했지만, 저런 사진을 수도 없이 비교했던 톰보의 노고를 생각하니 약간 과장하면 눈물이 앞을 가림 ㅠ.ㅠ (사실 천문학자로는 초보인 톰보를 덜컥 행성X 탐색 작업에 투입한 것에서 지리한 작업을 만만한? 초보에게 배당한 의도가 읽히기도 -_-;)

 

이름 붙이기


새 행성의 발견자에게는 새 행성의 이름을 지어 인류 역사에 길이 남길 수 있는 영광스러운 권한이 주어진다. 행성 이름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따르는 암묵적인 관례가 있으나, 관례를 따르면 행성 이름에 일관성이 있어서 좋다는 뜻이지 반드시 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법 같은 것은 없었다. {물론 관례가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을 짓는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므로 자발적으로 관례에 따르는 면도 있겠지만, 어째건 강제 사항은 아님}

    톰보가 발견한 새 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권한은 로웰 천문대에게 주어졌고, 새 행성 이름에 대한 수 많은 제안이 세계 각지에서 로웰 천문대로 날아들었다. 기이한 성격으로 알려진 로웰 부인은 이 과정에도 개입해서 작고한 남편의 이름을 붙이라는 둥 자신의 이름을 붙이라는 둥 오락가락하는 주장을 했다.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나, 새 행성 이름에 로웰 천문대의 정체성이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생전 로웰의 탐색 작업과 유산 덕분에 로웰 천문대가 존속하면서 행성X의 탐색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최종 이름 후보 3개를 가지고 로웰 천문대 직원들이 투표한 결과 'Pluto'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채택되었다. 당시 11세였던 영국 소녀 베네샤 버니(Venetia Burney, 1918~2009)가 제안한 이름이다. 로마 신화의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에 해당하며, 로마신화의 주신(主神) 주피터(=제우스=목성)의 형제로서 명계(冥界)를 관장하는 위엄 있는 신이다. 또한 Pluto에는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이니셜이 포함되어 로웰 천문대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었으므로 거의 완벽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이런저런 뒷이야기


• 일본에서는 플루토를 한자로 '명왕성'(冥王星)으로 번역했고, 이 명칭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문화권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 천문학계에서는 행성 등 유명한 천체를 간편하게 표시하기 위해 천문 기호를 만들어 붙이는데, 명왕성의 천문 기호는 아래와 같이 정해졌다. 플루토의 약자이면서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임이 뚜렷한 천문 기호이다.

    ♇

• 명왕성 3편에 적었듯이, 훗날 조사 결과 로웰도 1915년에 명왕성을 사진에 담았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웰은 인지하지 못하고 다음해 사망하고 말았다. 톰보 이전에 로웰처럼 인지 못하고 명왕성을 촬영한 경우가 1909년부터 다수의 천문대에서 십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명왕성 5편에 더 자세히 적겠지만, 면밀하게 확인한 결과 명왕성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를 교란하는 행성X 역할을 하기에는 매우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톰보는 행성X를 탐색하는 지리한 작업을 계속 해야 했다.


• 톰보의 공로를 기리는 의미에서 NASA는 2006년 발사한 인류 최초의 명왕성 탐사선이자 요즘 화제의 대상인 뉴호라이즌스 호에 톰보의 유해 중 일부를 실어보냈다.


• 명왕성을 발견한 해인 1930년,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주인공 미키마우스에게 새로운 애완견 친구를 붙여주기로 했고, 그 애완견의 이름을 플루토로 정했다. 디즈니사가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디즈니가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점까지 고려할 때, 의심할 여지 없이 새 애완견의 이름은 당시 세간의 화제거리였던 명왕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플루토가 그 플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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