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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Jul 06. 2015

말머리 성운

프로필 사진

브런치 첫 글에 적었듯이, 뉴호라이즌스호의 명왕성 탐사에 맞춰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로 쭈~욱~~~ 달려보려다가 -_-; 아무래도 그게 좀 무리인 것 같아서 잠시 쉬어가는 코너로 내 프로필 사진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제목줄 배경사진은 내 브런치 프로필 사진으로, 천체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명한 말머리 성운(Horsehead Nebula)의 사진이다. 제목줄에 올렸더니 색감이 칙칙해져서 아래에 다시 올림 -_-;

    말머리성운 사진을 검색해 보면 쉽게 알겠지만, 그냥 사진 찍어서는 아 이쁜 색감이 안 나온다. 찍은 사람이 색감을 살리기 위해 전문적인 천체사진 촬영 장비와 천체사진 촬영 기법을 사용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찍어야 하고, 거기에 뽀샵질로 -_-; 후보정까지 해야 어느 정도 이쁜 색감이 나오는데, 그래도 원본 사진의 색감이 여전히 칙칙해서, 내가 가져와서는 뽀샵질을 약간 더하고 -_-;;; 프로필 사진에 적당하게 크기를 조절해서 사용 중이다.

말머리 성운 (프로필 사진 원본)

• 사진의 출처 :    APOD    Orion's Horsehead Nebula


 말머리 성운에 대해서도 소개를 잠깐 하면... 겨울철 별자리 중 가장 유명한 오리온 자리의 가운데에는 밝은 별이 3개 줄지어 있다. 이걸 서양에서는 오리온의 허리띠(Orion's Belt)라고 하고, 우리는 보통 삼태성(중국 문화권에서 삼대성이라던 별자리 이름이 와전되었다나?)이라고 부른다. 이 삼태성 중 맨 왼쪽별 바로 아래에 말머리 성운이 있다. 위 사진 왼쪽에서 아주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삼태성의 맨 왼쪽 별이고, 자세한 위치는 아래 사진에 표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멋지구레한 성운이 그렇듯이 말머리성운도 사실 맨눈에는 매우 작고 희미해서 보이지 않고, 천체망원경을 사용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말머리성운이 어두운 색인 것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성운'도 아니고, 근처에 있는 밝은 별의 빛을 반사하는'반사성운'도 아니며, 성운의 가스가 주변 빛을 흡수해서 어둡게 보이는 '암흑성운' 종류이기 때문이다.

겨울철 별자리 중 오리온자리와 황소자리
오리온 자리에서 말머리 성운의 자세한 위치




말머리성운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어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다.......고 말해야 무슨 모범답안이겠지만 -_-;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인 것은 맞는데, 사실은 남들이 보는 프로필 사진으로 좋을 것 같아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프로필 사진을 선택한 데에는 브런치 류의 블로그에 대한 나의 철학... 말이 거창하게 보여서 다른 말로 바꾸려다가 "사실 철학이 뭐 대단한 말은 아니잖아?" 생각이 들어서 그냥 쓰기로... 철학! 때문이다.


블로그/SNS 류를 그렇고 그런 나쁜 목적에 -_-;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나도 블로그를 나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글들을 채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잖아? 자신을 마음 놓고 표현하려면 일기장 같은 곳에 적으면 되지, 뭐하러 남들 다 쳐다보는 공개적인 장소에 적는 거야? "무슨 노출증 변태냐? 아님 관심종자?"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더구만... 실제로 -_-;

    물론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심성 삐딱한 것이고, 그런 이유로 블로그질 -_-; 하는 건 아니었지만, 막상 뭐라 답할 말도 쉽게 못찾겠더라구. 나중에야 설명할 말을 찾았는데, 블로그에 표현한 글로써 다른 사람에게 감성으로 지식으로 좋은 영향을 주면 나도 기분이 좋고, 그러다 지음(知音)이라고 글에 표현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면 더욱 좋은 거다. 이걸 있어보이면서도 쉬운 말로 표현하면, 인간의 사회적 본성 때문에 남들 보는 블로그/SNS 류에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면서 만족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 블로그를 열심히 가꿨는데...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을 대하는 블로그에서 현실적으로 지음의 교류 같은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차츰 알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는 신기하게 보일 정도로 블로그류 공간에서도 인간 관계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만, 나처럼 사교성도 적고 관심 분야도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특히 어려운 일...

    그러면서 블로그란 불특정 다수의 남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블로그질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차츰 이게... 많이 알려졌듯이 '남에게 보여주기'에 치중하다 보면 주객전도(主客顚倒)라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나 역시도 누군지도 모를 방문객들이 보기 좋아할 내용 위주로 채우다가 "왜 이런 사이트를 열심히 가꾸는지" 목적과 정체성에 혼란이 와서 고심한 적이 많았다. 이런저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생각이 잡혀간 거다.


먼저 '나를 표현하기' 위한 공간이면서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나를 표현하기에 치중하면 일기장보다 못하고, 남에게 보여주기에 치중하면 내가 열심히 가꾸는데 정작 나는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프로필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이 브런치를 가꾸는 나의 목적을 잘 표현하면서도 남들에게 이쁘게 보일 -_-; 것으로 절충하는 의미에서 골랐던 거다. 뭐, 의도대로 잘 되란 보장은 없다만 -_-;;; 어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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