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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밍A Jul 23. 2021

무엇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나요?

feat. 힐링 탐험 그림책_서선정, 차곡차곡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는 작은 방 한편을 유심히 보았다.

그 작은 방에는 책장 하나가 놓여있다.


남들처럼 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나,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싶어지는 독서광도 사실 나는 아니다. 그저 눈에 띄는 혹은 읽고 싶어 지도록 신호를 주는 책을 나는 재빠르게 인지하고 하나둘씩 구매했을 뿐이다.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니, 온전히 나의 호기심과 욕구를 채워주는 책들로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희한하게 베스트셀러 책은 별로 없었다.


결과적으로 책이 차곡차곡 쌓여있다기보다, 책에 대한 나의 취향이 차곡차곡 축적되어 있던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책을 편식하는 편이에요."


분명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책의 대중적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점에 갈 때마다, 혹은 인터넷서점을 들락거릴 때 나는 분명 현재 인기 있는 책 혹은 신간에 먼저 눈길이 간다.


특히, 디자인 전공자는 1도 아니지만 나는 비주얼 디자인이 개성 있게 돋보이는 표지의 책에 마음이 뺏기는 편이다. 그러나 대략의 소개글을 보고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결국 디자인도 나의 취향과 욕구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셈이다.


나의 작은 도서관 속 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많은 책들이 에세이 집이다. 그리고 심리, 인문학 서적이 이어져 있다. 자기 계발서는 오히려 별로 없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서적이 눈에 띈다.  


가장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장르는 바로 '그림책'이다. 30대 후반이 되어 그림책 보는 묘미에 빠지더니, 어느새 다채로운 색채의 그림책들이 그림액자처럼 진열되어 있다.


한 때 나는 부모님의 투병과 죽음의 시간을 겪는 동안,  그 어떤 긴 글의 책도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솔직히 전혀 읽히지 않았다.

사람이 힘들면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너무 힘들면 수많은 글자들도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림 한 장과 함축되어 있는 짧은 문구 하나로 나를 위로해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그림책은 나에게 '마음의 공허함'을 차곡차곡 채워주고 있던 것이었다.


책장 속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니,

지난 시간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한  때 열풍이었던 미라클 모닝, 주식, 시간관리,, 등 다양한 자기 성장을 돕는 책들이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책에 공감하며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왠지 그런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듯한 느낌마저 가끔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일상에서 제일 차곡차곡 채우고 싶었던 것은 바로 ' 따뜻한 마음'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위로와 치유에 대한 내용의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나 보다.


성공한 사람들이 빼곡히 적은 날카로운 조언이 가득한 지침서보다,

타인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읽으며 나는 인생의  많은 것을 배운다. 다양한 삶 속에 각자 차곡차곡 쌓은 인생 경험이 있고 삶에 대한 교훈이 들어있다.




며칠 전, 그린색을 좋아하는 나의 눈을 편안하게 사로잡은 그림책 한 권을 구매했다.


그림책을 고를 때, 나는 그림책 표지와 제목만 보더라도 대략의 내용이 가늠이 된다. 특히 어린이용 그림책보다 어른들이 보기에 사색할 수 있는 그림책을 나는 선호한다.

나의 모든 취향과 감이 발동되어 고른 책이 바로 서선정 작가의 '차곡차곡'이다.



우리의 일상 속 풍경들과 함께 흘러가는 계절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그림책이다.

 '우리의 삶도 이 모든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여정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생각이 소개에 언급되어 있다.


 

책에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주는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계절을 보여주는 선명한 색채감의 일러스트 그림들이 굉장히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이 더운 여름이 지나가도, 우리는 가을과 겨울이 주는 자취를 발견해나갈 것이다.



참 많은 여운이 남는 책이다.


현재 나는 무엇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쌓고 싶은 것일까?


텅 빈 것 같이 보이는 보잘것없는 일상인 것 같지만

어느새 쌓여있는 '그것'은 분명 있다.


순식간에 쌓는 것이 아닌, 문득 돌아보니 '차곡차곡' 쌓여서 있는 그 무엇이 무엇인지

우리는 한번쯤 발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오늘부터 새롭게 '브런치 작가'로 타이틀이 주어졌으니,

나의 소울이 담겨있는 글을 자유롭게 '차곡차곡' 먼저 쌓아가야겠다.


#에세이스트 #차곡차곡 #힐링 그림책 #어른 그림책 #에세이 #글쓰기 #마음 챙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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