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밍A Jul 24. 2021

누군가 취미를 물어본다면, 이젠 대답합니다.

그림 1도 모르는 40대 어른의 취미생활

예전 회사원 시절,

이직을 할 때마다 업데이트하는 이력서에 취미나 특기란을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과감히 기재하지 않았다.

출처_Pixabay


특기는 당연히 없었고, 어떻게 보면 취미는 분명 있었을 텐데.


이력서에 취미 한줄도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사항을 적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특별한 취미는 없었다.

하나를 꺼내자면 핫플레이스나 맛집을 검색하고 방문 후 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언급되어 있다.


40대가 된 내가 30대인 나를 돌아보니, 그 동안 스스로 즐겨온 것이 이렇게도 없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즐기기 보다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따라가기 급급했던 시간들이 많아서

온전히 자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일은 없었다.


매일 회사에서 주어진 자료를 읽기 바빴고, 그 자료가 독서를 대신해주었다.

일이 많다는 이유로 마음의 여유조차 쉽게 내지 못했다.

심지어 몸을 움직이는 운동조차 시도하기 힘들었으니까.


참..누가보면 엄청난 기업의 간부로 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혼자 아둥바둥하며

끝끝내 취미 한 줄을 완성하지 못했다.



물론, 취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다시 따져보면 내 스스로 흥미로워하고 즐기고 있는

풍요로운 그 어떤 일은 없다고 해석 할 수 있다. 꼭 무엇을 배우는 자기계발이 아니더라도 일정하게

즐기는 것이 없다는 삶의 현타가 올 때 씁쓸하기도 했다.





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40세가 된 나는 1년이상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동안 나는 뭐 하나를 이렇게 오랜시간 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그림 1도 모른채 미술관도 자주 다닌 적도 없던 내가

매주 목요일 오전마다 화실에 앉아있다.


출처_Pixabay



마음의 치유와 힐링을 위해 혼자 스케치북에 끄적였던 습관이 나를 화실로 이끈 셈이다.

사람 인생은 한치앞도 모른다는 말이 저절로 공감된다.


내가 가끔씩 매주 2시간 반을 왜 앉아있나?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나에게 대답 한 것은 하나이다.


"그냥..딴생각이 안나고 재미가 있네"


가끔씩 화실을 다닌다고 하는 나에게, 엄청난 기대를 한다.

" 그림 잘 그리겠네? 이제 화가 되는거야?"


내가 듣기 가장 부담스러운 발언 중 하나이다. 무엇을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좋겠지만,  내가  푹~ 빠진 몰입이 가장 컸던 것던 것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림 페인팅은 나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대부분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내가 구상한 그림을 미리 컨셉도안처럼 대략 만들어보고, 그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정묘한 드로잉보다 레이어링된 색채를 직접 만들고 칠하는 그 과정이 그야말로 '아트 테라피'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며칠 전, 반신욕 좋아하는 내가 그린 그림이다. 제목은 '스플래쉬(splash)'이다.

감정적 관점에서는 '그린 블루빛이 감도는 잔잔한 마음 에서 늘 물결치는 인생파동' 을 생각하며 추상적 빛깔과 무드로 페인팅해보았다.

 <Splash>

전문 타일공은 아니지만, 타일까지 나름 심혈을 기울여 그려보았다.

한달정도 그려서 완성한 그림이다. 내 취미 한점이 이렇게 또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어디가서 나의 취미는 "그림 페인팅"이에요.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으로 무엇을 성취한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시간동안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림 페인팅을 즐기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 하나가 생겼다.


이 시대 많은 어른들이 스스로가 즐거운 나다운

어떤 취미를 발견하고, 마음껏 즐기고 살았으면 좋겠다.


삶은 흥미로움과 즐거움이 동반될 때 비로소 행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에세이스트 #그림 # 그림페인팅 #취미 #어른취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