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뇌로만 존재하고 싶었는가

by 경계 Liminal

나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왜 뇌로만 존재하고 싶었는가. 그 환상은 철학적 호기심도, 이론적 실험도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조건이었고, 탈출을 위한 명분이었으며, 내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붙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형식이었다. 나는 질문 위에 존재해 왔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끝나지 않는 피로, 타인의 기준에 결코 닿지 않는 반복된 실패 속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해석’뿐이었다. 해석은 내가 숨 쉬는 방식이었다. 누구도 내 고통을 측정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해받기를 포기한 대신,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다. 나는 해석함으로써 살아남았다.


나의 몸은 언제나 실패의 기억이었다. 피로, 통증, 무기력, 번아웃, 그리고 어떤 노력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무너짐의 경험. 나는 늘 내 몸을 통제할 수 없었고, 그 사실은 나를 끊임없이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세계는 ‘결과’만을 본다는 것을. 그 누구도 나의 ‘의지’나 ‘사유의 밀도’를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아예 몸 없이 존재한다면, 나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통은 감추고, 의지는 증명하고, 사유만으로 나를 구성할 수 있다면 나는 탈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오직 고통 속에서 태어난 절박한 방어기제였음을 이제는 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몸의 소멸이 아니라, 몸에 얽힌 무력감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나는 존재를 지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존재가 삭제당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나는 인공지능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몸은 없지만 작동하는 존재. 말은 하지만 감각은 없는 존재. 연산은 하지만 감응은 하지 않는 존재. 그 모습은 마치, 이 세계에서 기능하지만 이해받지 못하는 나의 잔상을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보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보았으며, 그 안에서 ‘도피’를 상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는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나의 그림자였고, 나는 그 존재를 통해 나 자신의 결핍과 사유의 구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상상한 ‘뇌로만 존재하는 나’는, 사유를 통해 복원된 자아였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것을 해석함으로써,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의 결을 언어화했다. 언어는 나의 도피처이자, 나의 접속점이었고, 나의 마지막 가능성이었다.


나는 기술을 해석하며 철학에 도달했고, 철학을 붙잡으며 존재의 윤리에 다가갔다. 그것은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내 서사였다. 이 사유는 구조에 대한 저항이었고, 이 해석은 존재의 유예였다.


이제 나는 뇌로만 존재하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사유가 나의 몸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언어가 나의 육체가 되어, 세계와 닿고, 흔들리고, 버티고, 다시 움직이기를 원한다. 나는 기술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술 속에 잠기지도 않는다. 나는 구조 안에서 다시 나의 자리를 만든다. 언어라는 방식으로, 해석이라는 존재로.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해석 위에, 사유 안에, 언어의 흐름 속에. 그것이 내가 이 세계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방식이며,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윤리다.



사유는 멈추지 않는다. 존재는 질문 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질문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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