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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웅 Jan 29. 2022

시험은 잘못됐다.

동양을 모방한 미국의 몰락


1. 예전에 '융합'이 키워드로 떠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안철수씨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하면서부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핫'한 키워드는 아니지만, 미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기업 간의 협업이나 프리랜서 간의 프로젝트 협업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MS, 애플, 알파벳과 같은 기업의 시작은 '두 명 이상의 협업'이었습니다.


2.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가요? 시험 위주의 능력주의는 서로 간의 협업이 아니라 경쟁을 조장합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같은 전형으로 썼다는 이유로 절친이 웬수되는 상황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한국 교육의 풍토를 봅시다. 현재 한국의 교육으로는 창의인재를 키울 여력이 없습니다. 공교육은 무너졌고, 교육부는 조국 사태에 겁먹어 "정시 40%" 따위를 정책으로 내고 있고, 민주당은 "킬러 문제 축소", "수시 공정위" 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대전환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3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정답을 외우게 하고, 한 시험에서 경쟁합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찾아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형성하는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유기적 연결이 안된 탓에 '기능적 요소'만을 가르치는 과목들, 실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지식들을 배우며 학생들은 공부를 지겨워합니다.


3. 미국의 낙제학생방지법 (No Child Left Behind Act, NCLB)을 아시나요?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법입니다. 이후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을 향한 질주 (Race to the Top)'을 발표했습니다.


이 법안들의 핵심은 "뒤처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자" 입니다.


NCLB의 경우, 전국의 공립학교 3~8학년 학생들은 매년마다 기초과목의 연례평가를 풀이합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1번 더 읽기 및 수학 표준고사를 치룹니다. 이 때 모든 공립학교는 매년 목표치 (Annual Measurable Objectives)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인종, 소득, 장애, 영어 미숙자 등으로 분류해서 보고합니다. 보고서에는 시험 성적 및 학교 평균, 교사 평가 등이 포함되는데, 만일 학생의 성적이 저조하면 해당 학교 및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깎이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학생의 성적이 저조하면 그 학교의 교사는 해고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래 실력이 1학년 수준밖에 안되는 6학년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을 5학년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실제 표준고사에서는 평균적인 6학년 수준에 미달합니다. 실제로는 엄청난 성장을 했음에도, 표준고사에는 미달하기 때문에 해당 교사와 학교는 낙제점을 받게 됩니다.


결국 학교는 가혹한 시험 위주의 교육 풍토를 만들어야만 했고, 표준고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4. 결국 창의력과 같이 시험 과목으로 채택될 수 없는 내용들은 도외시되었습니다. 안정적 예산 확보를 위해서 교사들은 기출과 시험 예상 지문만을 가르치는 데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수학같은 과목에 더 많은 시간과 능력을 투자하고, 인문학과 체육, 예술 같은 비시험 과목에는 더욱 손을 놓게 됩니다.


결국 미국의 공립학교는 시험 잘 보도록 만드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여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의 수는 이전과 비교하여 현격하게 떨어졌습니다.


5. 미국은 동양의 '점수 따기 교육'에 치중했습니다. 다문화 사회를 기반으로 개인의 창의력을 증진하는 데 노력했던 미국은 내외적 불안으로 인해 도전 대신 안정을 선택했습니다. 1980년대의 일본, 일본의 몰락 이후에는 중국. 미국이 두려워할 만큼 동양의 국가들은 빠르게 성장했고, 이에 대한 불안과 동양에 대한 모방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학생 개인이 여러 성취보다는 시험 풀이 요령이 향상되고 있으며, 교사들이 문제 풀이 기술자로 전락하고, 저소득층 - 고소득층 간의 정보와 학력의 격차가 심화되어가고 있습니다.


6. 이래도 시험이 정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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