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이후, 2030세대의 집회 참여와 ‘응원봉 세대’라는 신조어의 등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여성들은 집회에서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인 반면, 남성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행동의 차원을 넘어, 두 집단이 느끼는 위기감의 본질과 정치적 대응 방식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냅니다.
1. 2030 여성: 생존을 위한 저항
2030 여성들에게 이번 12.3 내란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존재적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온 성차별, 폭력, 제도적 불평등의 구조는 이미 심각한 현실이었고, 여기에 더해 민주주의의 퇴행과 권위주의적 국가 폭력이 강화될 경우, 그 피해가 약자와 소수자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동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30 여성들은 “이 문제는 곧 나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네트워크 결집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연대에 익숙하며, 탄핵 집회에서도 그 의식이 발현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집회에서 2030 여성들은 생존을 위한 저항으로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응원봉이라는 상징적 도구는 자발적이지만 효과적인 조직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탄핵 집회는 2030 여성들에게 정치적 의사 표출이 아니라 생존의 투쟁인 것이지요.
2. 2030 남성: 정치적 냉소주의와 동력 약화
2030 남성들에게 계엄 사태는 충격적이었지만, 이를 실존적 위협으로 느끼기보다는 “개인적 생존 경쟁”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취업난, 경제적 불평등, 공정성 논란과 같은 문제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은 새로운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이 문제가 당장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현실적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집회 참여 동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고, 개인의 삶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는 문제로 치부하게 됐습니다.
윤석열에 대한 실망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들의 선택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후 의대 증원 논란, 김건희 리스크 등 정책적, 정무적 실책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낮추고, 불신을 심화시켰습니다. 계엄 사태에 분노하면서도 “내가 나가서 뭘 바꿀 수 있겠는가?”라는 냉소주의가 만연해진 것이지요.
이는 자신들이 여전히 ‘사회적 주류’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으며, 정치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추후에 기회가 되면 따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3. ‘이대남’을 향한 변론: 다른 위기감
2030 남성들은 계엄 사태를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위협은 경제적, 현실적 문제에 더욱 근접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각 집단이 처한 사회적 배경과 경험이 만들어낸 위기 인식의 차이입니다.
단순히 젠더 갈등으로 이 문제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에 따라 서로의 시선과 경험을 공유하며 갈등을 넘어서는 ‘세대적 연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