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지윤 Dec 13. 2020

전문가는 '일지'를 써야한다.

기록은 언젠가 콘텐츠가 되어 세상을 향한 '외침'이 된다.

  


2019년 10월 중순 경, 이스라엘 여행 中, 욥바항구, 텔아비브



  예전에 미대 재학시절 졸업을 앞두고 들었던 '사제 동행 세미나'라는 수업에서 담당 교수님은 작가’는 '일지'를 ‘써야한다’고 하셨다. 무엇이든 좋으니 특별한 제약이나 조건 없이 한 주간 자신의 글을 써서 오는 것이 매 주 숙제였고, 해당 수업 시간엔 학생들이 써온 글을 함께 읽으며 수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졸업 전시를 준비하느라 작업만 해도 바쁜 4학년 초입에 나는 매일 글을 쓰느라, 바쁜 시간을 굳이 더 바쁘게 보냈다.(심지어 이 때 교양과목으로 뮤지컬 ‘실기’수업도 듣는 바람에 막바지엔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2019년 10월 중순, 예루살렘의 하늘, 이스라엘



    매일 비슷한 일과를 살다 보니 문득 여행이 떠나고 싶은 어느 날엔, 오가며 보이는 그 날의 바깥 풍경에 관하여 글을 썼고, 어떤 날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시를 쓰기도 했다. 종종 미래에 대한 막연함으로 마음이 힘들거나 답답할 때에는 그 때 느꼈던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나름 객관화하여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해보려고도 했다. 너무 정신없이 서두르며 하루를 보내느라 글 쓰는 자리에 아예 앉질 못하는 날이나, 뭐 대충 어찌 되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을 때가 고비였지만, 나는 빠지지 않고 매 주 마다 일주일 치의 글을 쓰며 한 학기를 잘 보냈다.


 내 글을 꼬박 써서 수업에 참여하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한 주간 써온 날 것 그대로의 글을 읽는 것과, 그 글을 바탕으로 말씀해주시는 교수님의 생각을 듣는 것이 좋아서 글을 써가는 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쁜 생활 속에 숨이 트여지는 수업 중 하나였다.


 


2019년 10월, 베드로 성당에서 만난 길냥이, 이스라엘


 한 학기 내내 글을 쓰고도 글 쓰기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거나, 누군가 내 글을 볼 수 있도록 어디에 연재한 것도 아닌데, 좌우당간 수도 없이 타이핑을 한 것 같은 그 한 학기는 돌아볼 수록 나에게 정말 의미있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 때 다시 한 번 더 ‘글’이 가진 힘을, 꾸준한 ‘글쓰기’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섬세하고 끈기 있게 바라보면서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 만큼이나 통찰력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갈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그저 평범해보이는 기록 안에는 일상 안에 숨겨져 있는 무수한 소재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예술적 영감(Inspiration)들이, 가득, 그것도 공짜로 발견할 수 있는 열쇠가 심겨져 있었다.


 그 때 나는 내 곁을 스쳐가는,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또내 안에 담겨진 것들을 잠잠히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얻어지는 것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알게된 것은, 당시 지도해주셨던 교수님(이웅배 교수님)이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신 분이셨는데 그 글쓰기 수업 방식이 프랑스의 미술대학에서 지도하는 학습법 중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미대생들은 실제로 작업하는 시간 만큼, 아니면 오히려 그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책을 읽고 공부하며 글을 쓰는 데 할애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형상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먼저 태동되는 사소한 개념과 철학, 예술관을 작가 본인이 가장 먼저, 가장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예술 영화 하면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는 것을 예로, 프랑스인들은 자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젊은 프랑스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전세계와 인류 역사에 기여할만한 예술적 자산을 반드시 남겨야한다는?!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예술인들에게 장르를 불문하고 ‘성실한 글쓰기’는 프랑스에서 진지하게 예술을 다루는 전문 예술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자질 중 하나라고.


 그런 의미에서 잠잠히 본인의 언어를 고찰하는 것 만큼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이해하고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2019년 10월 중순, 이스라엘 네게브 광야에서.





Material things lost can be found. But there is one thing that can never be found when it is lost – Life.


- Steve Jobs


잃어버린 물질적인 것들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잃어버리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인생이다.


- 스티브 잡스







한 번 뿐인 인생, 이 정도면 하는 ‘좋은’ 선택 말고

내 인생 최고의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며 살기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설 이유도 없지 않은가.












God bless us.

And Jesus cares for us.

Amen.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툰스퀘어'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