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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무 Apr 05. 2024

<야옹시의 비밀글방>에서 3월을 돌아보는 시간

창릉천 근처 서점, 한평책빵에서 가진 글쓰기 모임

작년 여름부터 고민했던 글쓰기 모임을 드디어 열었습니다. 한평책빵 대표님의 권유가 없었다면 언제까지고 마음에만 꽁꽁 품다가 이내 잊어버릴 다짐이었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처음 열고, 신청자를 받고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그사이 저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일을 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맞다! 내일 글쓰기 모임 해야 하는데!' 모임 하루 전 야근을 하며 야금야금 모임 준비를 했습니다.  


당일 아침 날씨는 흐릿했습니다. 비 예보는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죠. 한평책빵에 도착하니 대표님이 전날부터 부지런히 글방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의 친필로 쓴 입간판이 저를 맞이하고 있었고, <리무의 서재>에 꽂힌 책들이 가지런히 앉아서 글방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시장에서 공수해온 꽃들은 흐릿한 날씨 속 화사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야옹시의 비밀글방> 첫 모임 회원들은 특별했습니다. 모녀 참가자, 친구 참가자분들은 책방을 통해 <야옹시의 비밀글방>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방지기의 오랜 지인 W씨가 권유에 못 이겨(?) 함께 자리해 주었습니다.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회원들은 워크시트에 적힌 질문들을 읽고 자신의 답을 써 내려갔습니다. 저도 변화무쌍한 3월을 보냈기에 볼펜을 잡은 회원분들의 손을 따라 바쁘게 저의 3월을 적었습니다.



글방에서 열리는 월간 회고 글쓰기 묘미는 나의 한 달을 나누고, 타인의 한 달을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워크시트에 적힌 회원들의 3월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사건들이 있었고, 또 같은 봄을 보내면서 비슷한 풍경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삼송동에 사는 회원들이 다수였는데, 여럿 회원이 창릉천에서 깨어나는 봄의 풍경을 관찰하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창릉천을 산책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새를 보며 여유와 인내를 느꼈다는 한 회원님의 말에 종종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에게 시선을 주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만 읽어도 작가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한 회원님은 한창 학교생활이 바쁜 대학생입니다. 그분의 글에서 막 개강을 한 새학기의 풍경이 그려져있었습니다. 3월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늘 들떠있었던 지난날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저에겐 1,2월보단 3월에 본격적인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대학생 회원님의 글에서 나타난 여러 인연들은 달기도 하고 맵기도 했습니다.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경험하면서 인생의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글방의 매력이 아닐까요? 현실에서 만날 땐 몹시 피하고 싶은 인연도 글 속에선 매력적인 빌런이 되어 글의 몰입감을 높여주니까요. 아무튼 빌런과의 만남은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인생 공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가족의 건강 염려, 잘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 나는 타인에게 의존적인가?라는 자기 고민 등. 저마다의 3월 한 달이 종이 위에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워크시트를 작성하고, 각자의 3월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완성한 글을 읽으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글쓰기와 독서에 진심인 분들이 많은 만큼 책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의 글에선 <싯다르타>, <사랑과 혁명>, <탐조일기>,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라는 책들이 등장했습니다. 4월에는 어떤 작품들을 만나 깨닫고, 위로받으며 삶을 더 멋지게 꾸려나갈지 기대됩니다.


걱정과 달리 3월 모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모임이 끝났을 땐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책방으로도 봄날의 햇볕이 사뿐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책방에 모여 앉아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글에 몰입하는 시간은 기대보다 훨씬 유익했습니다. 새로운 직장 생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던 저에게 더더욱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나 스스로에게도 많이 고맙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매일 매일은 두렵고 불안하지만 설레기도 합니다. 4월엔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오실지 기대됩니다.  


<야옹시의 비밀글방>이 궁금해요!

- <야옹시의 비밀글방>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한평책빵과 리무의 서재가 함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 글쓰기를 통해 현재에 집중하고 텍스트에 몰입하는 문화를 만드는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유익한 커뮤니티를 운영합니다.
- 2024년에는 <열 달 아카이빙: 월간 회고글 쓰기>를 진행합니다.
-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고, 고치며 자신의 습작을 꾸준히 쌓아가는 활동입니다.
- 모임은 한평책빵에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에 열립니다.(변동가능)
- 회원들이 본인의 글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당분간 소수정예(6인)로만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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