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내 워크 퍼밋은 곧 만료가 된다. 연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영주권을 목표로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졌다. 캐나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일하는 곳에도 말을 했고, 사장님도 내 선택을 지지해 주셨다. 이제 한국으로 간다. 내 고향으로.
오늘은 캐나다에서 마지막 휴일이다. 지난주엔 이상 기후로 인해 5월에도 30도가 넘는 날들을 마주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내가 내 나라로 돌아가듯 캐나다 날씨도 평년 기온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기분. 적당히 부는 바람과 강하지 않는 햇빛.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마른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내 발은 밖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탔다. 바람은 내 뒤에서 나를 밀어주듯 불고 있고, 페달질은 그 어느 날보다 가볍다.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흩뿌려진 구름들이 푸른 하늘에 드러나 있다. 비를 품고 있던 겨울의 구름이 일제히 날아가 버린 듯 오늘의 구름은 훌쩍 가벼워 보인다.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기분. 이 풍경은 한국행을 결정한 나를 계속해서 뒤돌아보게 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근심 하나 없는 표정. 날씨 하나로 모든 것이 좋게 보인다. 매일 비가 오는 겨울과는 달리 여름엔 모든 것들이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농구, 축구, 야구, 하키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모습들. 이곳에 사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했다. 내가 캐나다에서 가장 좋아했던 모습인 다양성. 이런 다양성은 운동장에서도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씻고 카페로 나섰다. 카페로 가는 동안 읽을 만한 책을 생각했다. 아이스 모카를 주문하고 느긋하게 마셨다. 책을 읽다 어느 문장에 꽂혀 나도 글을 썼다. 내 휴일은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다. 모든 것이 마음 가는 대로. 자전거를 타고 싶다가도 책을 읽고 싶다가도 그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실행한다. 그 누구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10시가 넘어도 해가지지 않는 캐나다 여름. 저녁 준비를 하며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술을 마셔도 아직 해는 중천에 있다. 낮술을 하는 기분. 하지만 이 기분이 그렇게 썩 나쁘지 않다. 방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푸르다. 특별한 안주가 필요 없다. 한 잔은 다른 한 잔을 불러와 나를 홀짝이게 만들었다.
저녁을 먹으며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가 완료된 옷 더미들을 건조기에 넣었다. 동전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건조기. 내 돈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여분의 동전이 없다. 내 완벽한 휴일의 유일한 오점.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날씨가 좋고 마지막 휴일이니까. 그래도 약간의 짜증은 어쩔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런 휴일들을 그리워할 것 같다. 하루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은 날들. 삶의 그림자가 길어져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날들 그리고 가벼운 구름들을 본 날들도. 가기 전에 많이 두 눈에 넣고 가야지. 힘들 때마다 꺼내 먹는 초콜릿 같은 하늘 사진들을 찍어야겠다. 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모든 풍경들을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렇게 다시 오지 않을 내 마지막 캐나다에서 휴일이 지나간다. 이렇게 모든 것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