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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Nov 20. 2023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Life in Korea

겨울이 왔다. 가을은 간다는 기별도 없이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마지막 불꽃을 내뱉는 불꽃놀이처럼 늦가을의 마지막은 더웠다. 하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 앞에 힘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 2년 만의 한국 겨울을 맞이한다. 찬 기운을 머금은 겨울 공기는 잔잔하다. 바람 없는 겨울밤은 좋아하는 사람과 손 잡고 주머니에 넣기 좋은 계절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맡고 있는 중학생들의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학생 2학년을 맡았다. 행동의 근원이 호르몬인 녀석들. 이런 아이들을 맡다 보니 어느새 겨울이 왔다. 알록달록 했던 나뭇잎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힘 없이 땅으로 떨어져 있었다. 


시험기간이 끝났다. 아이들은 힘들었는지 시험 끝난 당일에 아무도 학원에 오지 않았다. 학교들도 중간고사를 마치고 여러 행사들을 시험 끝나는 주에 잡았다. 학생 입장이 아닌 강사의 입장으로 시험의 끝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끝이라는 해방감과 결과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어수선함이 섞인 묘한 감정들이 떠올랐다.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 반응 다양했다. 점수를 잘 받은 아이와 못 받은 아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표정의 무게감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는 친구들 점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했다.


아이들에게 시험 결과를 떠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끝까지 한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중학생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낡은 생각으로 치부됐다. 진부한 이야기로 인해 심드렁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언젠가 이 말을 깨닫는 날이 저 아이들에게도 오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닌 둣 보였다. 언제나 깨달음은 뒤로 찾아온다. 그래서 뒤늦은 것엔 늘 후회가 묻어있는지도 모른다.


시험기간은 선생님도 힘든 기간이었다. 아이들 점수가 관련된 일이니 신중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었다. 내뱉는 말은 절대 가벼우면 안 됐다. 내가 이해하려는 것과 남을 이해시키는 일은 다른 영역의 일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공부는 내가 이해하기 위한 공부보다 더 어려웠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이해의 밀도가 짙어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와도 계속할 것이다. 저출산이라는 큰 위기가 오고 있지만, 이게 비단 학원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 없는 한국의 겨울이 왔다. 건조한 겨울 속 도전이 내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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