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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ife in Korea

인천고 1학년, 전교 1등 이야기

소소한 학원 이야기

by 림스

25년 새 학기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끝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겐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을 것이다. 첫 고등학교 성적표. 자신 만의 감정으로 결과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J학생을 본 것은 25년 1월. 원장님께서 직접 J를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라 중3인데도 불구하고 고3 교재인 수능 완성으로 수업을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속으로 부담이 되었지만, 재미도 있을 것 같아 J를 위한 반을 개설했다.

아직 중3이던 J. 중1 겨울 방학 때 우리 학원에 처음 왔다. 처음부터 잘하던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진 영어 학원 숙제 시스템을 그대로 소화한 친구였다. 뻐근하고 지루한 숙제를 반복적으로 해냈다. 그러자 전에 보이지 않던 영역에서 디테일을 발견한 J. 능동적으로 학원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에게 매일 질문을 하면서 디테일에 깊이를 더했다. 시스템과 디테일이 더하자 고1, 고2 모의고사 점수는 안정적으로 1,2등급을 받아냈다.

수능 완성, 중3이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들과 답을 도출해 내는 논리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고 보여준 J. 대부분의 문제에서 정답을 골라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필수 단어는 다 알고 있었다.

어려운 독해 숙제 책을 봤다. 문제 번호 위에 2분 11초 , 1분 50초라고 적혀있었다. 혼자 숙제를 할 때도 시간을 재면서 푸는 것이었다. 그러자 작년 수능 영어에서 92점을 받아냈다.

J와 대화를 자주 하면서 라포를 쌓았다. 영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목에서도 고3 상위권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특목고도 충분히 고려할 만했다. 하지만 특목고보다는 일반고 가서 내신을 잘 받아 대학을 진학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인천고에 지망했고, 다행히 붙었다고 했다. 현재 인천고 내신 담당을 맡고 있던 나는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영어 내신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인천고 영어 내신 시험 범위는 보통 2개년치 모의고사다. 예를 들어 1학기 중간고사 기준으로 고1 23년, 24년 3월 모의고사 + 교과서 1과 정도가 전부이다. J 학생은 겨울 방학때 하던 거보다 비교적 쉬운 내용이 시험 범위에 들어가다 보니 약간 소홀히하는 경향이 보였다. 영어보다는 다른 과목에 더 집중했던 J.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났다.

역대급으로 쉽게 출제했던 인천고 25년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영어 100점이 20명을 넘었다. 5등급 제임에도 불구하고, 1등급 컷이 100점. 문제를 보니 너무 쉽게 출제되었다. 당연히 100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J. 그리고 카톡 한 개가 도착했다.

"선생님 1개 틀렸어요.. 문장 삽입 문제요.."

까다로운 요약 문제나 서술형은 다 맞혀놓고 문장 삽입 문제를 틀린 J. 2등급이 떴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점은 나머지 과목이 전부 100점이라는 점. 전 과목에서 영어 1 문제만 틀렸다고 했다. 내가 다 아쉬워서 잠을 못 잤다.

시험이 끝내면 개별 시험지 상담을 하는 진진 영어 학원. 강사의 주요할 일 중 하나는 학생을 규명하는 일이다. 공부 방향성을 정해줘야한다. J의 영어 점수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것은 분명했다. 자세한 상담을 진행했다.

"이제 영어 공부, 학교 내신만 준비할게요."

영어 기말 고사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표정이나 태도가 진지해졌다. 만들어준 변형문제를 제일 빨리 풀어냈고, 또 다른 변형문제를 요청했다. 문제를 주면 하루나 이틀 내로 다 풀어왔고, 유형별로 변형문제를 계속 요청했다. 숙제로 풀다가 이해가 안 가는 문제들은 나에게 개인 카톡으로 보내왔고, 나는 성실히 답해줬다.

마지막으로 서술형 대비 문제까지 풀었고 시험 전 날 집에 가기 전까지 계속 질문을 나에게 했다. 집에 가기 전에 나에게 100점을 받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무더웠던 인천고 기말고사 영어 시험날, 그리고 받은 카톡 하나.​



중간고사 때, 한 문제를 틀리긴 했지만 인천고 1학년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J였다. 하지만 가장 열심히 하는 것도, 가장 많은 문제를 푸는 것도, 가장 많은 질문을 하는 것도 J였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있으면서 이해한 개념을 이불 개어놓듯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아두었다가 시험날에 알맞게 꺼내 정답을 선택하는 모습이었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중요한 순간에 집중을 하는 J. 결국 1학기 내신 전교 1등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유지하는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 완벽을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안다. J가 전교 1등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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