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한번에 합격하는 비법
어떤 시험이든 목표시점에 딱 패스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은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따라 해볼 만한, 일종의 단기 전략 같은 공부 방법이다. 이 공부 방법이 제대로 먹히기 위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바로 ‘준비~ 땅!’할 때 물결표시‘~’다. 이 물결표시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그냥 책상에 앉으면 바로 딱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몇 번 하다 보면 되게 되어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일단 책을 펴고 한 줄만 읽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뒤로 이어진다. 혹시 책상에만 앉으면 늘 책상 정리부터 하는 스타일이라면? 전날 공부를 마치고 나서 마무리로 아주 깨끗하게, 다음 날 책상에 앉으면 치울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책상 정리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1 목표 잘게 쪼개기
법학 개론서들은 보통 2,000 페이지가 넘는다. 이걸 언제 다 보나 싶어 한숨부터 나오고 눈앞이 막막하다. 이럴 땐 목표를 잘게 쪼개는 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시험까지 1년의 시간이 있고 봐야 할 책이 2천 페이지라면 하루에 5페이지씩 보는 거다. 실제로 마라톤 선수들도 42.195km를 그냥 뛰는 게 아니다. 한 번에 그 긴 거리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달리기 전부터 지친다. 선수들은 여러 구간으로 쪼개 놓고 각 구간별로 목표 시간을 정해 놓는다. 이렇게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하루 단위로 나누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도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엉덩이 싸움이라고 무작정 덤비지 말고, 먼저 D-Day, 봐야 할 책의 양, 몇 회독을 해야 할지 디테일하게 파악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하자.
2 한 권만 패자는 생각 버리기
쌩비법으로 로스쿨에 입학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건지 전혀 몰라서 엄청 헤맸다. 주변 동기들한테 물어보니 각 과목마다 책을 한 권씩 잡아서 시험 때까지 반복해서 몇 회독을 하면서 준비하는 거란다. 민법은 누가 쓴 책, 형법은 누구 책 이런 식이다. 그런데 서점에 가보니 그 개념서라는 게 딱 한 권만 있는 게 아닌거다. 내가 보기엔 이 책도 괜찮은 것 같고, 이 책도 봐야 할 것 같고. 몇 년씩 공부한 사람들은 이 책 저 책 다 본 것 같은데. 혹시 이것만 보다가 놓치는 게 있으면 어쩌나. 이런 걱정 끝에 나는 개념서를 과목당 보통 세 권씩 봤다. (민법 같은 경우 지원림, 송덕수, 박승수) 주변에서 동기들이 괴상한 눈으로 쳐다보긴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전통적인 공부 방법보다 이게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 권을 여러 번에 걸쳐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중도가 떨어진다. 눈은 책을 보고 있어도 머리는 ‘이미 다 본 정보’라고 받아들여 느슨하게 볼 수밖에 없어진다.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저자가 다르면 배치도 다르고 약간씩 다른 해석도 가미된다. 그러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뇌에 새롭게 각인된다. 당연히 더 오래 기억된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변별력을 갖기 위해 시험에 디테일한 문제들이 꽤 나온다. 여러 권의 책을 보게 되면 이런 디테일한 문제에 강해진다. 남들은 모르는 걸 나는 알게 되는거다. 무엇보다도 공부하는데 덜 지겹다. 똑같은 책 한 권을 열 번 반복해서 읽으라고? 어후, 생각만해도 멀미 나잖아요.
3 번갈아 학습법
공부해야 할 게 딱 한 과목이면 좋으련만, 수능도 그렇고 변호사 시험도 그렇고 과목이 너무 많았다. 이걸 붙잡고 하고 있으면 오늘 빼놓은 저게 불안하고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이것 저것 번갈아가며 공부하는 거였다. (이제보니 내가 찾은 공부 방법은 8할이 불안에 기반을...) 예를 들어, 국어를 1시간 공부하고 그다음엔 수학을 공부하고 그러고는 영어를 공부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1시간도 교과서만 줄줄 읽는 게 아니라 개념 잡고 문제 풀고를 번갈아 가며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뇌의 학습 메커니즘과 딱 맞아 떨어지는 방법이었다. 학습한 내용을 뇌가 기억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공간이 필요한데, 전혀 다른 내용을 이어서 학습하는 것이 여전히 공부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뇌에는 ‘쉼’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그리고 뇌는 에러 신호를 인식하고 정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는데, 문제 풀기가 바로 에러피드백을 가장 잘 해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경험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모두 검증된 방법이니 활용해보기를 추천한다.
4 혼자 공부해도 ‘학교 종은 땡땡땡~’
글 서론에서 ‘준비~ 땅’ 하면 바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게, 바로 이것 때문이다. 50분 공부하고 10분 쉬기. 집중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면 이 방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3~4시간씩 꼼짝 안 하고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몇 시간씩 몰아쳐서 공부하는 방법은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몹시 지치게 된다. 결국 확 놓아버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렇게 되면 목표한 시점에 끝내는 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쉬면서 공부하기는 이걸 막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다. 10분 쉴 때는 완전히 쉬어야한다. 나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가수 노래 두 곡 정도를 들었다. (아..시경님..) 처음에 집중 리듬이 오히려 깨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더라도 반복해보자. 이것도 스킬이다 보니 자꾸 반복하다보면 늘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