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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17. 2024

한국어 동아리 시작!

혼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몇몇의 학생이 그동안 줄곧 클럽을 운영해 주면 안 되냐고 물어 왔었고, 마침 일 년에 한 번 있는 근무평가(apraisal:매니저와 내가 그동안 나의 근무에 대한 회의를 하고 매니저가 그 결과를 정리해서 교장에게 주면 교장이 월급을 올려줄지 말지 결정함)가 있기도 해서 클럽을 한번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여기 클럽은 점심시간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에 하기로 하고 작은아이한테 부탁해서 포스터도 만들었다. 클럽담당 부장 교사가 각 담임들에게 포스터를 뿌려서 홍보해 달라고 부탁을 하라고 하는데 이번주 월요일에 대대적인 홍보도 없이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매니저에게 도대체 코리언클럽이 어디냐는 아이들의 문의가 여럿 있었다고 하고, 학생리셉션에도 문의가 여러 건이 있었다고 했다. 일단 나는 원래 모이기로 한 교실에 문제가 있어 그날 모인 5명만 데리고 소강당으로 가서 간단하게 첫 만남을 가졌다.


일단, 클럽이란 말 대신에 우린 동아리란 말을 쓰기로 했다. 공부에 중점을 두기보단 재미있게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알아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마음 급한 한 학생이,

"얼마나 공부해야 유창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어요? 전 정말 잘하고 싶어요!"

"전 집에서 김치도 직접 만들어 먹어요!"

"눈물의 여왕을 지금 보고 있는데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볼만해요."

"한국 드라마에 '죽을래'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써도 돼요?"


영국의 한 소도시 중학교에서 이렇게나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생들과 모여 동아리를 하다니... 갑자기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선 한국어가 또는 한국이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오히려 중국어가 인기 있을 줄 알고 영국 오기 전에 어린이중국어교사 자격증을 따오기도 했는데 중국어에 관심을 표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의 마음의 끌어들이는 문화콘텐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동료가 말을 걸었다.

"코리안클럽 인기 대단해 보이던데, 잘되길 바랄게"

"맞아.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 관심이 엄청 많아서 나도 놀랬어. 그게 다 k-pop 때문인 거 같아. 이제 최소한 젊은 세대들에게 나는 더 이상 북한과 항상 전쟁하기 일보직전인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좋아"  


그렇다. 예전엔 대부분 나를 내전을 겪은, 아니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지만 많이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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