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성장증후군(IBS)
오월과 6월은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 두 개가 치러진다. GCSE(대학준비반 과정에 붙느냐 아니냐가 달려있는 시험)과 A-LEVEL(대입시험)이 그 두 가지이다.
나의 큰 딸도 A-LEVEL시험을 치고 있다.
오전에 마침 커버수업 빈 시간에 시험매니저가 급하게 나를 찾았다. 학생하나가 자극성 장증후군(IBS-Irritable Bowel Syndrom)이 있는데 오늘은 특히 심하다고 집에서 이메일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험을 교장화장실에 탁자와 의자를 넣고 그곳에서 봐야 하니 감독을 해달라는 거다. 거리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학생도 어떻게든 시험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덕분에 교장 화장실이 어떤지도 구경하게 되었다. 다행히 화장실이 좀 넓었고, 변기가 있는 방과 세면대가 있는 방이 분리가 되어있었다.
이 학생은 평소에도 IBS로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 오늘은 영어문학시험으로 시험시간만 2시간 15분이 걸린다. 시험 보는 동안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한 손으로는 시험답안을 적어가는데 너무 안 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선생님, 학교에서 특별하게 저를 위해 배려를 해주는 건 너무 감사한데 배 아픈 것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고, 또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면 답을 써 내려가는 흐름이 깨져서 너무 힘들어요. 저 아무래도 시험 통과 못할 것 같아요'
두 시간이 넘는 시험시간 동안 문제의 반도 답을 써 내려가지 못한 것을 보고 나는 수업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감독을 맡기고 화장실을 나왔다. 2년 넘게 시험 감독을 했는데 화장실에서 해보긴 처음이다. 일반 학생들과 다르게 특별한 시험 환경(1인실, 컴퓨터로 답안 작성, 쉬는 시간신청, 색종이에 인쇄한 시험지, 확대인쇄한 시험지 등등)을 조성해 주는 것은 학생들이 각각의 어려움을 딛고 다른 학생들처럼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주기 위한 학교의 최소한의 배려이다. 제일 힘든 사람은 어쨌든 학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