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후군
쉬는 날에 작은 아이를 학교 근처에 데려다주고 나는 바로 동네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카트를 빼서 끌고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카트를 돌려놓으러 가는데 한 여자 아이가 쇼핑카트에 시선이 꽂힌 채 불안한 모습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얼른 자리를 뜨더니 멀리 가지 않고 여전히 시선을 카트가 놓인 곳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카트를 밀어놓고 간 사람이 대충 놓고 간 카트까지 내가 쭈욱 줄 맞춰서 밀어 넣으니 그제야 바로 시선을 거두고 동네 초등학교 쪽으로 돌아섰다.
쉬는 날은 작은 아이가 하교할 때 학교 근처 쇼핑몰 뒤쪽 비교적 한적한 곳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작은 아이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학생들을 대부분 다 안다. 언제부턴가 C가 거기서 누군가로부터 픽업되기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이 마구 방치해 둔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을 목격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C가 하교 후 그 주차장으로 오는 날이면 C는 카트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간다.
C는 자폐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 다닐 정도면 아주 중증은 아니고 머리도 어느 정도 좋은 학생이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카트를 모을 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학교에서 보지 못한 편안하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제자리로 돌아간 카트를 보며 만족감을 어조는 것 같아 보였다.
C와 오늘 슈퍼마켓에서 보게 된 아이를 생각하며 그녀들이 조금 더 거슬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나는 앞으로 카트는 꼭 제자리에 줄 맞춰서 쭈욱 밀어 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