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태주 Mar 06. 2021

딸에게 주는 인생의 말들

그리움의 문장들




1. 

때로 늦는 것이 빨리 해내는 것보다 낫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깊게 생각하다가 기회를 놓쳤다면 그것은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홈쇼핑 호스트처럼 말하는 사람을 조심해라. 너를 현혹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너를 초조하게 만들고 기회를 감추고 빼돌릴 것이다. 네가 언제라도 할 마음을 먹으면, 인생에는 기회라는 재고가 언제나 비축돼있다. 


2.

그것만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마라. 상대방이 근거 있는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그걸 포용할 수 있어야 네 주장도 존중받는다. 너는 네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그는 그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네가 틀렸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그래야 어울려 살 수 있다. 


3.

단호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다. 네 남자친구가 너를 가볍게 여기고 존중하지 않을 때, 네 상사가 너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때, 너는 단호한 어조로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경고해야 한다. 그 경고에도 그들이 주의하고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지 않는다면 너는 그 친구나 직장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들을 다루는 법, 그들을 대하는 원칙은 단 하나다. 한 번 두 번 물러서고 참아내면 그들이 옳은 것이 된다.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즉시 말해야 한다. 너를 지켜내면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이 된다. 


4.

무슨 일을 하건 살펴가며 천천히 해라. 하수는 빨리 가려고 하지만, 고수는 완급을 조절하며 간다. 빨리 이룬 것들은 금방 없어지거나 쉽게 무너진다. 인류가 이룬 지금의 모든 것들은 반복적으로 더디게 진행된 오랜 시행착오의 결과물들이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발효되고 숙성된 것들은 썩지 않고 향기를 품는다. 성공도 관계도 다를 바 없다. 


5.

사람들은 편을 갈라 어느 한쪽에 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 가운데 사이에 서는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면 더더욱 중간에 서지 않는다. 나는 강한 자들만이 경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 소속된다고 그 한 쪽이 온전히 나의 힘이 되지는 않는다. 그건 그들의 힘일 뿐이다. 가끔은 경계에 서라. 서로가 너를 원할 때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네가 정하면 된다. 


6.

학교와 회사는 너에게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익히게 한다. 또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오고 평가할 것이다. 네가 생각 없이 성실하게 살면 너는 곧 그 ‘어떻게’의 졸개가 되고 만다. 그 ‘어떻게’ 속에 너의 인생은 생략돼 있다. 네가 아무리 능숙하게 ‘어떻게’에 통달한 사람이 되더라도 새로운 ‘어떻게’가 네 자리를 뺏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살아라. 그래야 스스로에게 버림받는 일이 없게 된다. 


7.

목적을 알아야 행위가 쓸모를 가지게 된다. 세상이 만들어둔 ‘성공’이라는 정의와 공식에 갇히지 마라. 성공이라는 표지판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낭떠러지를 만나도 멈출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성공이 아닌 ‘성장’에 인생의 목표를 둬라. 성공은 남이 정해둔 결승점이지만, 성장은 네가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성공은 성공을 위해 건강과 행복을 저당 잡히지만, 성장은 항상 스스로를 아끼고 돌본다. 


8.

매사에 심각하게 굴지 마라. 네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심각한 일들은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밥을 버는 일은 너를 자주 경직되게 할 것이고, 너에게 에티켓과 애티튜드를 들이대며 감정 연출과 진지함을 요구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너는 이말을 떠올려야 한다. 나는 어떤 경우에라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이 행성에 왔다. 즐거움이 없다면 우리가 이 행성을 여행할 이유가 전혀없다. 


9.

그 누구에게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마라. 바쁜 건 무능할 뿐더러 나쁜 것이다. 네가 바쁘게 살아서 얻은 수익으로 사들이는 것들은 결국 네가 바쁘게 사느라 잃어버리거나 해친 것들이다. 네 건강과 가족과 친구와 인생. 정말로 소중한 것들은 전부 바쁘지 않은 세계에 속해 있다. 조금 덜 가지도록 애써라. 그래야 너는 누구에게든 “좋아, 나는 너와 함께 할 시간이 있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 시간이 진심이다. 


10.

아이가 장난감을 멀리하는 순간부터 어린 시절과 작별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네가 장난감이 많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머와 농담 같은 것, 풍부한 얘깃거리 같은 게 어른의 장난감이다. 어른들은 나이가 들수록 험담은 늘고 장난감은 준다. 가벼운 장난과 부드러운 농담은 경직돼 가는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만든다. 썰렁해도 누군가는 웃어준다. 


11.

네가 살아갈수록 고마워할 사람이 많다면 너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네가 살아갈수록 너에게 고마워하는 사람이 많다면 너는 꽤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곁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게 돕는 이들에게 잊지 말고 고마움을 전해라. 고마워할 때는 진심을 다해 행동으로 표현해라. 사람들은 그 표현을 인격으로 간주한다. 


12.

어떤 사람들은 힘들 때 앓는 소리를 한다. 죽고 싶다거나, 내 팔자 탓이라거나. 사람은 곤경에 처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비로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 잦은 한숨과 한탄과 푸념은 그 사람의 운명에 달라붙기도 한다. 그러므로 절망의 말들을 습관적으로 내뱉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 둬라. 삶은 자신이 자주 쓰는 말버릇대로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의 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