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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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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씨 Oct 03. 2023

아빠들은 왜 그렇게 집에 안 들어왔을까

외벌이 중 느낀 불안함


이번엔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업무를 진지하게 처리하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이번에 느끼는 긴장감은 그 전과는 남달랐다.


 이전 프로젝트를 마친 뒤 한 달쯤 지났을까. 팀의 우선순위가 제일 높은 프로젝트가 갑자기 내려왔다.

규모는 전에 다뤘던 것보다 훨씬 컸고, 설상가상으로 팀의 유일한 동료가 갑자기 입원하게 되어 팀장과 나, 둘이서 보름간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긴장할 일일까?

머리로는 알았다. 프로젝트가 정말 잘못되더라도 그게 전부 내 책임도 아니고, 이미 해봤던 프로젝트이니 규모만 키워서 대응하면 된다는 걸. 실장님도 저녁밥을 사주시면서, “100점 맞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보고 80점 맞는 걸 목표로 해보자. “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모르겠는 엄청난 긴장감을 느껴서,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2주 동안 오전 10시 출근, 새벽 4시에 퇴근했다.

하루는 도저히 정해둔 데드라인에 맞추지 못할 거 같아, 데이터를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다 보니 동이 터 버린 날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멍하긴 했지만 졸리지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는 불안했던 거 같다. 당시 집에는 구직 중인 남편이 있었고, 서류와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져서 다소 울적해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나 마저 회사에서 자리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에 몰두하였다. 남편의 탈락 소식은 카톡으로 듣고 전화로 달랬다. 남편이 자고 있을 때 들어가서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나오고, 남편은 내 회사가 밉다고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잘 끝났지만, 바닥을 친 몸과 마음에 허탈했다.

배우자가 슬프고 외로워도, 일단 회사에서 자리 잡아야 가정도 화목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회사에 붙잡았다.

어쩌면 예전의 아빠들이 그렇게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고 철야를 했던 것은, 가정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돌아왔을 때 가정이 온전할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마치 회사일에 내 120%를 쏟아부으면 가정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거처럼 바보같이 믿고, 배우자의 맘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서…







사진@unsplashed bethjn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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