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이 내 안을 쳐다보면 좋겠어

아직은 불가능

by 영씨

왜 눈은 밖에만 달려있을까? 희한하게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세상엔 보이는 게 너무 많다.

아침 만원 지하철 속에서 무심코 열어본 유튜브 브이로그 속의 삶은

시간 사이사이에 여유가 있는, 낭만이 있는 삶이다.


장면들에는 모두 의도가 있다.

똑같은 직장인이어도 왜인지 모르게 운치가 있는 것 같다.

방향이 확실한 길을 똑바르게 걸으면서,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며 사는 인생 같다.

그런 인생이 하나, 둘, 셋… 무한으로 증식한다.


밖을 향하는 바쁜 눈은 편집된 컷들을 이리저리 훑기 바쁘다. 컷들은 이어지고 이어져서, 시간이 되고 세월이 되고 인생이 된다. 반짝거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인데 순식간에 인생 전체가 반짝거려 보인다. 남의 인생을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들여다보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차라리 내게 두 개의 눈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나를 관객으로 봐줄 수 있도록.

나의 시간들을 먼 거리에서 관객이 되어 바라보면, 썩 나쁘지 않다. 미용실에 가서 망해버린 머리도, 상사에게 털린 날도 다 에피소드다. 플레이팅이라곤 없는 단출한 식사도 무지출 챌린지를 성공한 날로 제목 지으면 그럴싸하다. 마치 내가 남의 브이로그를 보듯이 내 인생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깥의 인생을 쳐다보느라 눈이 충혈될 것 같은 그런 날은 스스로의 인생을 편집본으로 보려고 한다.

배경음악도 깔아보고, 내레이션도 깔아보고. 그렇게 관객이 되어서 내 인생을 바라본다는 결론을 내면 참 좋겠지만.

젠장. 잘 되지 않는다. 쓸데없이 시력은 왜 이렇게 좋은 것이며, 내 눈앞에 편리하게 편집되어 보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왜 이리 많은 것인지.

그냥 질끈 눈을 감는 게 그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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