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챙김

핏 스탑

by 또날

“‘핏 스탑’은 카레이싱에서 정비를 위해 정차하는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어가 지닌 의미에 좀 더 다가가 본다면, 휴식(break)과는 달리 다시 발진하기 위한 아주 잠깐의 멈춤이자 긴박한 자가 진단에 가까울 것이다”

종로에서 걷다가 정말 우연히 마주친 전시회에서 읽게 된 문구이다.

잠깐 숨을 멈췄다.


아 맞아, 그냥 쉰다고 재충전되는 건 아니지.

사실 잘 쉬는 것도 참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상담사님은 내게 아무것도 안하고도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너무 병적으로 모든 걸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요즘 숨을 잘 멈추곤 한다.

숨이 너무 안쉬어져서 버거울 때도 있는데, 아이러니하게 숨을 아예 차단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엔 미약한 숨일지라도 너무 달게 느껴진다.


처음 다이빙을 할 때, 너무 죽을 것 같은데 그래서 너무 살 거 같았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질식할 것 같은데 몸에 힘을 풀면 몸으로 산소가 스르륵 퍼지는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심해는 정말 어둡고 검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하던 시절, 타이머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최근 들어 깨달은 건, 그 때 타이머를 놓은 건 잘 집중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잘 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사실 정말 집중이 되는 순간엔 한 시간 타이머를 해놨든 두 시간을 해놨든 그냥 메달리게 된다. 그럼에도 여기까지가 계획된 시간이었어라고 삑삑 알려주는 알람은 작디 작은 쉼표라도 찍게 해주어서 참 소중하다. 그 쉼표 없이 하염없이 하다보면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되어있으니.


버릇처럼 자꾸 쉰다는 미명 아래 거창한 것들을 꾸미곤 한다. 그래서 그렇게 '거창하게 쉬고'나면 탈진의 시간이 온다. 어쩌면 나한테 필요한 건 다음 도약을 위해 짧게 자기점검하고 숨을 고르는 핏 스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