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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Mar 15. 2024

나는 영원한 아미(army)다.

1호 아들 이야기

나는 아미다. 그것도 방탄소년단 팬클럽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는 공식 아미다.

그 나이에 무슨 아이돌 팬이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미 된 입장에서 그건 당치도 않은 말이다.

방탄소년단 팬덤은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퍼져있다.

나처럼 중년의 나이인 아미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12월, 남아있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입대를 하여 현재는 멤버 전원이 국방의 의무를 열심히 수행하있다.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기에 나는 묵묵히 응원하며 그들을 보내주었다. 재작년 11월 말 나의 아들을 보냈던 것처럼 말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소식을 들으니 우리 집 1호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하던 그날이 생각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1월 마지막 날, 남편과 1호, 3호 아들과 함께 논련 훈련소 인근에 도착했다.

마지막 점심을 먹여 보내야 기에 근처 맛집을 뒤져 식당에 찾아들어갔다.  오는 내내 차 안에서 한마디 말도 없던 아들은 점심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내려놓는다. 이상하게 아들 눈치를 자꾸 살피게 되는 분위기. 나도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먹으래도 소화가 안될 것 같다고 그만 먹겠단다.

입대를 몇 시간 앞둔 그 심정을 군대를 다녀와보지 않은 엄마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참 담담하게 아들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 군대 가면 좋지 울긴 왜 울어하는 마음이었다.

현실은 그게 아니란 걸 몇 시간 후 깨달았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훈련소 안에 모인 부모님들은 아들과  애틋하게 작별인사를 나눈다. 나는 차마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뭔가를 할 수는 없었다.


 "아들 잘 다녀와. 파이팅!"


흔해빠진 이 한마디가 다였다. 이윽고 아들들이 하나, 둘 훈련소 안으로 들어간다. 꾸벅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서 가는 1호 아들.

다른 집 아들들은 가다가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손도 흔들어주는데 우리 집 1호 아들은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나무 뒤에 숨어서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다른 엄마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비가 내려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자꾸 흘러내렸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와서 일주일간은 매일 눈물바람이었다. 남편이 영상으로 찍어놓은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또 보고 울었다.

12월이 되면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졌고 논산은 더 춥다고 하니 애가 탔다.


입대 일주일 후쯤, 대한민국 육군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 택배가 집으로 도착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두 번째 눈물바람을 일으킬 아들의 옷가지들이다. 먼저 아들 군대를 보내본 선배 엄마들이 아들 옷과 편지를 부여잡고 그렇게 운다던 바로 그 눈물의 상자.

나는 잔뜩 눈물을 장전하고 상자를 열었다. 들어갈 때 입었던 아들의 옷과 신발, 가방이 나왔다. 계속해서 뒤져본다.

옷을 마구 털어도 본다.


 "응? 이게 끝이야? 뭐야. 이 자식. 쪽지 한 장이 없냐. 냉정한 놈"


장전 중이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누구는 아들이 쓴 편지를 읽고 대성통곡을 했다는데...


 그런 시간들이 익숙해질 때쯤 자대배치를 받고 기다리던 첫 면회를 다녀왔다.

남자친구 군대도 한번 보내보지 못했고 면회도 가보지 못했던 내가 난생처음 아들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기다리던 첫 휴가를 나왔을 땐 집에 걸어놓은 군복이 마냥 신기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요즘 군대는 일과가 끝난 후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전화와 메시지가 수시로 온다. 물론 본인이 필요할 때 만이다.

수도권에 부대가 있다는 이유로 외출, 외박을 나올 때도 집으로 온다.

이제 집에 걸려있는 군복이 일상복처럼

익숙해져 가고 아들이 휴가 나와도 바쁜 엄마는 내 스케줄을 소화하러 다닌다.


 "응 아들, 오늘 휴가 나온다고? 지난번에 말했다고? 아 깜빡했네.

어쩌냐 엄마 오늘 약속 있어서 늦어.

배달음식 시켜서 먹을래?."


그랬던 시간들이 흐르고 흘러 1호 아들의 제대가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도, 뿌듯했던 일이 있을 때도 어김없이 전화해서 쏟아냈던

그 시간들이 빠르게 흘렀다. 누가 뭐래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간다더니 정말 그랬다.

 

 '아들! 잘 견뎌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민간인으로서의 너의 삶이 펼쳐질 것이야. 그러니 힘들어도 버티자. 엄마는 괜찮아.

아들을 기다리던 시간이 끝나면 나의 아이돌,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기다리면 되니까.

걱정 말거라. 엄만 아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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