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볼(Singing Bowl)은 티베트의 전통 악기다. 이름 그대로 '노래하는 그릇'이란 뜻인데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울림이 일어나고 그 진동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맑고 청아한 소리와 편안함을 주는 울림이 있어서 싱잉볼은 명상과 치유의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싱잉볼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지난달 1박 2일로 다녀온 템플스테이가 떠오른다.
최근 명상을 위해 구입한 싱잉볼(Singing Bowl)
템플스테이를 예약해 놓고 너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체험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오롯이 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했다.
'그래, 나에겐 혼자만의 힐링 시간이 필요해.'
오직 이 목적 하나로 신청한 템플스테이.
나와 같은 다둥이 가족을 둔 친한 동생과 함께
이 천금 같은 기회를 함께 하기로 했다.
장소는 북한산 중턱에 위치한 중흥사.
눈 덮인 북한산을 올라야 했기에 등산화도 구입하고 스틱도 준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젠까지.
눈에 수북이 쌓여 정말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설산을 보는 순간 흥분되기 시작했다.
뽀얀 눈을 밟으며 산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이 내 볼을 스치는 것도 상쾌했고 얼음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소리도 그저 아름답게만 들렸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조금 거들뿐.
나는 그냥 이렇게 혼자 산속에 덩그러니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나 혼자!!
중흥사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아름다운 설경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1시간 정도 걸어올라 가면 아담한 절 중흥사가 보인다.
도착하자마자 네 명이 함께 묵는 방을 배정받았다. 나와 동생은 낯선 이들 둘과 1박 2일간 함께 스테이를 해야 한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 둘,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야 북적북적한 집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왔다지만 이 여인들은 이곳에 왜 온 걸까.
'음... 취준생인데 취업이 잘 안 돼서 머리
식히러?, 아니면 실연의 아픔을 달래러?
그것도 아니면?'
누가 아줌마들 아니랄까 봐 궁금증 폭발과 오지라퍼 기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번 1박 2일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야. 나에게 집중하자.'
그렇게 맛있는 저녁공양도 마치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갖은 뒤 우리는 대웅전으로 다시 모였다.
가장 기다리던 명상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내가 템플 스테이를 온 목적 중 하나.
명상 그까짓 거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만큼 명상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일단 집중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는다. 그런 후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을 해 볼라치면 5분도 되지 않아 온갖 잡생각이 나의 뇌를 집어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