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가려면 "힘 좀 빼세요~"

'22년을 잘 살아가기 위한 주문

by 어른이 된 피터팬

스키를 처음 탔다. 각종 운동을 좋아하고 왕년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좀 탔던 사람으로서 두렵진 않았다. 친구에게 전수받은 팁은 단 두 가지!

"A자만 잘 기억하고, 몸에 힘을 너무 주면 스쿼트 한 것처럼 아프니까 힘을 좀 빼고 타."

그렇게 나는 구두(말)로 스키를 배웠고, 바로 초중급 코스로 올라갔다. 남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몇 번 보고 감을 잡았다. 스키 플레이트가 평행이면 가속도가 붙으니 무릎 안쪽 방향으로 힘을 주어(체중 이동) 속도를 조절했다. 한쪽 다리에 힘을 많이 가하면 오히려 스키 플레이트가 회전해 결국 멈춘다. 힘을 주면 브레이크 기능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다. 수월하게 초중급 코스를 내려왔고 마지막에는 중급까지 도전했다. 나는 어쩌면 스키 천재 인지도 모르겠다(?).


스키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을 배울 때, "몸에 힘 좀 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수영을 배울 때도 몸에 힘을 빼야 앞으로 나간다고 들었고,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어깨에 힘을 빼라는 주문을 받는다. 힘을 빼야 경직되지 않은 동작에 의해 오히려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래서 여러 운동에서 실력을 늘리기 위해, 더 큰 힘을 내기 위해 힘을 빼야 한다.


비단 운동에서만 그럴까? 인생에서도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면접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잘하려고 의욕을 과도하게 부리다가 오히려 시작도 못하고 그만 둘 때도 있다.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다. 22년 새해가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올해의 to-do 리스트나 버킷 리스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먼저 나의 올해 도전 리스트를 공유했고, 친구의 리스트를 물어보았다.


친구는 말했다.

"계획한 건 많지. 근데 연말에는 내년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져서 좋았는데 새해가 되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시작조차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아. 다시 연말로 되돌아가면 좋겠어. 새해에는 정말 결의에 차서 1월 1일 시작부터 하나 둘 멋지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나는 말했다.

"아니, 1월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다 간 것 마냥 슬퍼해? 1월에 바로 멋지게 탁! 시작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1월은 워밍 업의 달이지. 밀린 일들 이번 주까지 해결하고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내 친구들은 어느 정도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나도 그랬으나 상황에 의해 점점 놓게 된 듯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내밀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세운다. 그래서 스스로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된다. 하면 또 얼마나 잘 해내는지 알기에 번아웃과 우울감을 느끼는 시기를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응원할 뿐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잘" 하기보단 "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게 더 쉽게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몸에 힘을 많이 주고 수영을 하는 것과 같다. 완벽해야 한다는 긴장에 의해 힘이 많이 들어가고 의욕이 과도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스키를 탈 때 힘을 많이 주면 결국 정지하는 것처럼 의욕 과다는 오히려 추진력을 저해하기도 한다.


긴 호흡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도 잔뜩 힘을 주고 살다 보면 얼마 안가 방전되거나 쥐가 나거나 무언가를 시도할 여유가 안 나겠지. 인생이란 종목도 필요 없는 힘은 빼고 적절한 타이밍에 알맞은 방향으로 힘을 주는 방법을 익히고 싶다. 각 스포츠에 맞는 자세를 잡듯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에 맞는 자세를 잡아본다. 힘을 빡! 주는 것만이 바른 자세가 아님을 스키 천재(?)로서 감히 주장해본다.

인생 첫 스키, 중급을 넘어지지 않고 내려왔다. 나는 스키 천재인건가(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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