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왜?(Why)의 시대다. 그동안 우리의 삶은 목적의식에 대한 고민보다 방법을 빠르게 터득하고 산업 전선에 투입되었다. 교육에서도 이걸 왜 배우는지보다 일단 배우는 데 급급했고, 무엇을 배울지에 대한 고민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대세이니까, 가장 큰 시장이니까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Why가 서서히 대두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고, 각 개인의 고유성과 다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Why는 날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HOW
그렇다고 어떻게?(How)를 간과하면 안 된다. Why가 거시적, 장기적 관점의 중요도가 높다면 How는 미시적, 단기적 관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우리의 일상은 How 영역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분업사회에서 많은 개인은 매일의 업무(What)를 수행(How)하고 있다.
만약 조직의 모든 이들이 각기 다른 Why를 갖고 있다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 다 다른 생각을 하면 이도 저도 진행할 수 없고, 한정된 자원이 분산되면 효율적인 결과나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회사의 핵심가치(core value)와 비전이라 부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공통된 방향성과 가치(why)를 가지고 각자의 업무를 수행해야 수익을 내고 사업이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조직은 채용 단계부터 회사 핏(fit)을 강조해 Why를 맞춘다.
물론, 효율이 우선되는 이익 조직인 회사와 한명 한명의 가능성을 키워 줄 수 있는 배움의 장소인 학교는 결이 다르다. 교사의 경우, Why에 대해 학생들과 많이 논의하며 배움을 진척시키는 게 좋다. 그래서 좋은 학교 교육은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의 교육 담당자는 경영진들이 논의한 큰 Why에 공감하고 그에 방향을 맞춰 How와 What의 실현을 돕는 교육을 기획, 운영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교육은 담당자의 철학과 방향성이 아닌 경영진의 철학과 비전에서 출발하고 현업의 니즈를 반영한 목표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학교냐 회사냐, 어떤 조직이냐에 따라 교육의 목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배우느냐에 대해서는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비슷한 심리와 과정을 경험한다. 교육 담당자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내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또는 조직 구성원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 HOW PEOPLE LEARN(하우 피플 런) : 러닝 이노베이션, 학습혁신전략 >을 통해 어떻게 교육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교육은 있었지만 학습은 없었던 이유
1. 관심사에서 학습이 일어난다
학창 시절, 열심히 수업을 듣고 교과서를 3회독한 후 시험을 보면 점수가 잘 나왔다. 그러나 시험에 나왔던 지식 중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없다. 오로지 시험을 위한 공부였기에 교육은 있었지만 학습은 없었다.
"사람들은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그것을 재구성한다"
뇌는 효율적으로 작동해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교육을 통해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웠을 때 그것이 재미있다거나 인상 깊었다면 계속 관심을 갖고 그쪽 분야로 진로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학생에게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만들어 내는 교사는 훌륭하다.
감정과 반응 없는 교육에선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면, 회사의 교육은 특히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기업들이 수행하는 많은 교육은 우리가 학창 시절 시험 보고 잊어버렸던 지식 학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직장인이 회사 교육에 회의적인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교육의 필요성과 니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젊은 MZ 사원들의 경우, 교육 부서에 교육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많다. 다만 획일적인 콘텐츠 덤핑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교육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교육은 관심사에 따라 개별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교육에 몰입하고, 몰입하기에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 행동 및 업무 역량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100% 개인 맞춤 교육을 지원하진 못해도 학습자에 맞는 콘텐츠 큐레이션과 분반 직무 교육을 제공하려 한다.
2. 관심이 없어도 경험을 통해 학습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정서적 의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리소스만 제공하면 된다(Pull). 그러나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정서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학습이 이뤄지기 기대해선 안 된다. 지금 상황에 정서적 의미를 더할 도전이나 경험 또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Push)."
교육 담당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배우는 것을 좋아할 거라는 착각을 교육에 투영한다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많은 사람들이 회사 교육에 관심이 없다. 국영수처럼 필수라서 듣는 것이다.
회사에서 '고객이 중요하다','트렌드를 알아야 한다','혁신해야 한다'며 관련 교육을 백날 해도 구성원들이 '아 그렇지!'하고 각성하지 않는다.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직접 느껴야지만 실제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개인에게 정서 반응을 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도 어렵기에 많은 회사가 지식과 정보를 주입하는 교육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유명 연사의 강연이다. 강의식 지식 학습보다 유능한 전문가의 강연 한 시간이 주는 깨달음과 동기부여, 정서적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전문가 강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특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인 인사이트는 정서적 반응 없이 도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단순 강의 또는 학습자료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란 어렵다. 따라서 해외 출장 등 직접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이미 경험한 전문가의 강연이 활용된다.
3. 교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처음 개인용 컴퓨터가 나왔을 때, 파일 하나를 열기 위해서는 '00 폴더 안에 있는 **파일을 열어달라'는 명령어를 쳐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간단하게 아이콘을 눌러 원하는 위치로 이동해 파일을 연다. 효율을 추구하는 인간은 교육도 PC가 진화해온 방향으로 점차 효율화될 것이다.
"인간은 체계적으로 지식을 외재화하여 배움의 필요성을 줄인다. 궁극적으로는 자동화와 같은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획일적인 일회성 교육보다 필요한 시점에 리소스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학교 교육은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소 귀찮은 학습 과정을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 교육은 꼭 교육이 아니어도 된다면 그 외의 리소스를 찾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체크리스트나 정보 꾸러미 등을 제공해 필요 시 찾아보도록 하는 방향으로 효율화되고 있다.
<How People Learn>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직은 대체로 학습 자체에 관심이 없다. 비즈니스 결과에 관심이 있다." 즉, 회사의 HRD(교육)는 교육을 수행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 결과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이 통용되는 시대에 암기식 교육과 지식 평가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나오듯이 회사에서도 교육에 대한 회의론이 종종 제기된다. 검색 시대에 따라 교육에 대한 접근을 리소스와 경험으로 바꾼다면, 현업 시간을 쪼개 듣는 필수교육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삶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배움을 지원합니다
매년 학교 교육 정책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그만큼 교육에 대한 입장이 다양하고, 다른 욕구와 수요를 가진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일률적인 교육 체계 안에서 육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구성원 100%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영역이다.
환경이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 그리고 기술이 변하면 교육도 변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HRD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로 정의하는 조직이 늘고 있다. 단순히 교육을 만들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성과 창출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HRD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머리에 어떤 정보를 넣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직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추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업에 도움이 되는 리소스를 적시에 제공하고, 필수로 알아야 하지만 관심이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배움에 적합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까지 개입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학습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각 개인은 일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고 부족한 부분을 개인의 여가 생활을 통해 충족하려 한다."
HRD 담당자로서 평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수월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회사가 요구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불가피하기에 좀 더 수월하게 성과를 낼 수 있게 돕고, 구성원들이 덜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HRD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된다고 믿기에, 사람들이 본인의 일을 조금이라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일을 잘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 24시간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삶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구성원의 즐거운 회사생활을 기원하며 <How People Learn>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공부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