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복귀를 쉽게 하는 나만의 리추얼이 있나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5월은 어린이도, 직장인도 즐거웠던 달이다. 근로자의 날(법정휴일로 민간기업 쉬는 날)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올해는 대체공휴일)이 있어 연차 없이도 3일을 쉴 수 있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6월도 공휴일이 있어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현충일(6/6)이 화요일이라 징검다리 휴일이 만들어졌고, 일부 직장인들은 공동연차를 통해 4일 연휴를 보냈다. 그래서 5월과 6월에는 SNS에 해외여행을 간 직장인 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학창 시절, 토요일과 일요일은 당연히 쉬는 날이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지만 평일에 학교에 안 가는 빨간 날은 특별했다. 어른이 되었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휴일(관공서의 공휴일)을 포함한 빨간 날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쉬는 것을 싫어할 직장인이 있을까? 쉬어도 쉬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공휴일을 포함한 쉬는 날은 직장 생활의 한 줄기 희망이자 버팀목이다. 그래서 새해가 밝기도 전에 내년의 총 공휴일 수와 길게 여행 갈 수 있는 연휴 일자를 많은 기사들이 퍼 나른다.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2023년 쉬는 날은 주 5일제 근로자 기준 총 117일이다. 이는 49일의 토요일과 53일의 일요일,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공휴일 15일이 더해진 것으로, 직장인은 1년 365일 중 최소한 32%는 법적으로 쉬도록 보장받는다. 각자가 생각하는 일 대비 쉼의 적정 비중은 다를 것이기에 32%가 주는 느낌도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 32%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법은 일부 수정된다. 따라서 법이 바뀌는 데에는 시대의 정신과 사회적 기준, 가치 변화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법적으로 보장되는 공휴일이 바뀌는 것에도 어느 정도 그 시대의 변화가 담겨있다고 볼 것이다. 과거, 식목일과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고 한글날은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올해는 전 국민의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두 종교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치를 보여주며, 국민의 휴식권이 중요한 가치로서 인정되고 쉴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경제적,정치적 이유 모두 내포).
쉬고 왔는데 더 힘든 이유
연휴는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기 좋은 때다. 쉬는 날에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리 흐르며 어느새 다음 날 출근을 괴로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3일 이상의 휴식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 직장인들은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 피로를 호소한다.
"으아, 길게 쉬고 왔는데 왜 더 힘들까요."
"생체 리듬이 깨져서 그래요."
5, 6월에는 쉬는 날이 많지만 오히려 직장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쉬고 왔는데 더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무래도 긴 휴일을 보내며 평소의 생체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연휴는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뭔가 다르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야식도 먹고, 늦게 영화를 보고, 취침 시간도 늦어지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된다. 평소 출근을 위해 적정 시간에 자고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하던 루틴에서 벗어나자 며칠새 생활 리듬과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출근 준비를 하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피로감을 느낀다.
길게 쉬는 날이 잦았던 요즘, 다른 사람들은 업무에 수월하게 복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단 앉아버리면 다시 일어서서 달리는 일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러닝이나 등산을 하는 사람은 하루키의 그 느낌을 알 것이다. 힘들다고 도중에 너무 오래 쉬거나 주저앉아버리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쉼이 적정 수준을 넘어가면 활발하게 움직이기까지, 다시 발열점에 올라가기까지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
경험칙에 의하면 재충전을 위한 연휴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연휴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생활 리듬을 지나치게 벗어나버리면 그 다음날 출근해서 기분 좋은 상태, 정상적인 몰입 상태로 업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연휴가 잦은 달에는 어느 정도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상쾌한 상태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에 잘 복귀하기 위한 나만의 리추얼
연휴를 보낸 후 사무실에 복귀해 할 수 있는 정상화 리추얼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공간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자리를 정리하고 책상의 먼지를 닦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떠나 있었던 업무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에는 이번 주, 오늘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한다. 그러면 우선순위로 해야 할 업무가 보이고 이번 주 업무 흐름과 강도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연휴 전까지 몸에 익었던 사이클에 어느 정도 안착하면 그다음은 수월하다. 리듬에 타오르면 유속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업무 모드로의 전환을 위해 전날 또는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회사 이메일에 접속한다. 그동안 놓친 메일들을 확인하며 업무 흐름과 이슈들을 파악한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면 약간의 워밍 업 효과가 있다. 발열점까지 몇 도만 올리면 금방 업무 모드로 전환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회사 생활 영위 방법이 있고, 회사 생활의 목적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니까. 그러나 직장인 모두가 공감하는 한 가지는 이것이 아닐까? 쉬는 날, 연휴는 너무 좋다. 그러나 그 뒤에 맞이하는 출근은 정말 고역이다. 고진감래의 반대. 단 것이 다하면 쓴 것이 온다. 연휴 끝난 사무실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과 '아이고' 소리가 들리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우리 모두 직장인이다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업무로의 복귀. 피할 수 없다면 수월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본인만의 리추얼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긴 휴식 끝 출근 전날은 11시에 잔다거나 좀 더 일찍 출근해 여유롭게 커피 타임을 즐긴다거나. 그런 작은 리추얼이 회사생활의 힘듦을 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쉴 때 온전히 쉬고 충분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휴식의 질을 높이는 게 회사 생활에 잘 복귀하기 위한 선행 조건임을 기억하며, 잘 쉬는 멋진 직장인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