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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Aug 27. 2023

<블랙독>을 보고 교사라는 직업, 쉽지 않다고 느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직업을 먼저 이해해야

사제간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예전이 모든 면에서 다 좋았던 것도 아니고, 모든 학생이 기본 예의를 상실한 것도 아니며, 누구 일방의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X, Y세대 부모의 양육방식과 물질적 풍요, 정보 접근성과 사교육이 성행하는 입시환경 등이 사제간의 역학관계를 바꾼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블랙독>이라는 드라마는 기간제 교사가 좋아하는 선생 일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정교사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요즘 학교의 모습들을 통해 이제는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교사와 학생을 바라보았다. 특히 학생의 입장은 경험해 봤지만 교사 입장에 서본 적은 없기에 교사를 직업으로 하는 지인들을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학생에게는 학교가 작은 사회라고 하지만 교사에게는 학교가 진짜 조직사회이고 생계다. 사기업에서 우리가 상사와 협력회사, 유관부서를 대하듯 교사들도 학생, 학부모, 동 선생님, 정부기관, 입시 관계자 등 많은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특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학생과 학부모 개개인이 하나의 이해관계자인 상황은 한정된 자원(칭찬, 지도, 시간, 애정, 기회, 수행평가 점수 등)을 두고 늘 문제제기의 긴장 속에 사는 것과 같다. 교사의 결정 하나가 한 학생에게는 +로, 다른 학생에게는 -로 작용해 장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 특수성은 교사가 자신의 기준과 줏대가 없으면 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한편, 드라마를 통해 교사가 하는 일이 가르치는 업무 외에도 수업 준비, 시험 문제 출제, 과제 기획 및 평가, 입시 정보 파악, 학생 및 학부모 상담, 학적부 관리, 행정처리, 보고 등 수많은 과업이 있음을 인지했다. 안정적이고 방학 때 여행 갈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직업이지만 교사가 아니면 모를 많은 고충들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사람 세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의 직업부터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고서 무언가를 이해하기 어렵기에 소설을 읽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밖에.


*16부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시험 문제 중 어휘적 중의성이 허용되는지가 논란된 바나나 사건이다. 교사의 권위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 관계는 아니다. 더구나 권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선생이 틀릴 수 있다는 것, 어른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극 중 교사는 틀렸는데 모른 척하는 게 더 부끄러운 것이라며 오류를 인정한다. 이 부분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사실 수평적 관계에서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권한이 많아질수록 실수를 시인하는 것이 어려워질텐데, 그럴수록 더 용기 낼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미래의 나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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