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해석이론에 근거한 고령 근로자의 사회적 변화와 심리적 지원 방안 모색
고령자고용촉진법 (2020. 5. 1 의무화)에 의해
1,0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정년퇴직, 희망퇴직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이직 및 퇴직하는 50세 이상 근로자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는 담당자로서 고령근로자의 심리에 대해서 연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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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연구배경
한국에서는 매년 65세 이상 노인 3,500명이 자살하며, 2022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39.9명으로 OECD 평균인 17.2명의 두 배 이상이다(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 2022).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7세이고, 정년퇴직연령은 60세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에 맞이하게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고령 근로자들이 마주하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국회미래연구원, 2022). 근 2년간 대기업에서 1,000여 명의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느끼는 것은, 고령 근로자의 심리 상태와 니즈는 다양하여 단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연령인 65세가 되기도 전 직장을 떠나는 이들이 경험하는 정체성 변화와 그에 따른 불안은 노후 준비 여부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따라서 한국의 고령인구 문제는 보다 제도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재 사회적 접근은 최소한의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한 일자리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한편, 서양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동양 국가들보다 낮은 노인 우울증 및 자살률을 보인다. 미국의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16.5명으로,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고(OECD Health Statistics, 2022), 유럽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70% 이상으로 나타나, 한국 노인의 삶의 만족도인 52.7%보다 높다(세계행복보고서, 2022). 또한, 서양 국가의 노인들은 동양 국가의 노인들에 비해 우울증 발병률이 낮은데, 이는 서양 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22).
그러한 맥락에서 길어진 수명과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여, 한국의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사회현상을 한국의 상호의존적 자기관으로 접근, 고령 근로자의 정신건강 및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여 노인 일자리 창출, 재취업 지원서비스 이외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적으로는 노인 문제(노인 빈곤, 노인 소외, 노인 우울 등) 해결에 있어 다층적 접근법을 가능하게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소위 한계인력이라 분류되는 고령근로자의 생산성 저하 및 몰입 이슈를 개선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II. 문헌연구 및 분석
1. 자기 해석 이론(Self-Construal Theory)
상호의존적 자아관은 서양의 독립적 자아관과 대조적으로, 개인이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호의존적 자아관이 강하게 나타나며, 개인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적 자아관이 강한 한국의 고령 근로자들은 은퇴 후 사회적 역할과 네트워킹이 줄어드는 사회적 변화가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호의존적 자아관은 고령 근로자들이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이는 은퇴 후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고령 근로자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해 자존감 저하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2. 주체성-대상성-자율성 자기 (이누미야 요시유키 & 한민, 2007)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개인의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고 기능하는지를 주체성(self-agency), 대상성(self-objectivity), 자율성(self-autonomy) 세 가지 개념으로 설명한다. 주체성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주체성이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자신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 역할을 수행할 때 더욱 강화된다. 은퇴 후 고령 근로자들은 이러한 주체성을 상실할 위험이 큰데, 주체성을 잃으면 심리적 안녕감과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상성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과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한국 고령 근로자들은 대상성 자아 개념이 강해 타인의 기대를 중시하고, 은퇴 후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축소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을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더 이상 사회적으로 유용하지 않다는 인식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3. 자아통합감과 사회적 지지 (전정아, 2006)
자아통합감은 개인이 자신의 생애를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이해하고, 긍정적 자아상을 유지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능력이다. 자아통합감은 자아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이는 심리적 안녕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호의존적 자아관이 강한 한국 고령 근로자들은 은퇴 시점에 사회적 역할 상실과 네트워킹 감소로 인해 자아통합감이 저하될 위험이 높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고령 근로자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적 역할을 지속하고 자아통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III. 대안제시
기업의 HR 관점에서 상호의존적 자아관과 주체성, 대상성 자기가 강한 한국 고령 근로자들이 주관적 안녕감과 유능감을 유지하며 생산성을 유지,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심리학적 분석을 토대로 제시한다.
1. 전문성 활용 자기 주도 프로젝트 기회 제공
Deci와 Ryan(2000)의 연구에 따르면 자율성 욕구가 충족될 때 주관적 안녕감이 높아진다. 기업은 고령 근로자를 한계인력이 아닌 숙련된 전문성으로 보고, 전문성을 활용해 자기 주도적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령 근로자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내 신규 사업 개발 또는 조직 내 개선 프로젝트를 맡게 함으로써 기업은 숙련된 전문성을 지속 활용하고, 고령 직원 역시 자율성을 충족하고 유능감을 느낄 수 있다.
2. 노하우 전수 프로그램 운영
기업은 고령 근로자들이 다년간 경험으로 쌓은 전문성을 조직에 전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하우를 자산화하고, 고령 근로자가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고 우울감을 예방하게 할 수 있다. 몇몇 테크기업에 명장 또는 senior expert라는 이름으로 시니어들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처럼 시니어만을 위한 직무를 재편성한다. 이는 대상성(self-objectivity)을 유지하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게 하여 정서적 안정을 도모한다.
3. 재취업지원서비스 리브랜딩
현재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알선이 주가 되는 현재 프로그램으로는 정체성 위기를 해결하고 주관적 안녕감을 얻을 수 없다. Hyer와 Sohn(2003)의 연구에서도 심리적 훈련 프로그램이 고령 근로자들의 자아 존중감과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듯이, 명상, 주도적 목표설정 및 긍정 사고 훈련을 포함해 고령 근로자가 자신을 독립적, 자율적 존재로 인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주가 되도록 ‘재취업지원서비스’라는 네이밍부터 리브랜딩 할 필요가 있다.
IV. 결론
한국의 고령자 자살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요인 뿐 아니라 자아 정체성과 자아관의 위기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문제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기업 입장에서도 정년퇴직 연령의 지속적 상승과 한계인력의 생산성 저하는 큰 비용이자 위기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고령근로자의 삶의 만족도와 조직 몰입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령 근로자의 자아 정체성과 주체성을 존중하며, 그들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적절한 HR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고령 근로자가 회사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관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한 부분임을 인식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